-경기지역 시민단체, ‘RESET, 경기지역 방송 어떻게 만들 것인가’ 토론회 개최
-황호완 가재울라듸오 PD “방송국 폐업이유가 예산 지원 감소라는 것 이해 불가”
-한범승 부천시민미디어센터장 “청취자가 생산자로 참여하는 방송 만들어야"
▲ 22일 수원시 디지털엠파이어2 제1세미나실에서 'RESET, 경기지역 방송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주제로 경기지역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토론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지부

경기지역 시민단체가 경기방송을 ‘도민의 방송’으로 만들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면서 다음달 7일 폐업을 앞둔 경기방송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2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지부와 경기지역 시민단체에 따르면 경기방송은 폐업을 이유로 경기방송 노동자를 다음달 7일부로 일괄 해고한다고 통보했다.

앞서 지난 3월 16일 경기방송은 주주총회를 열고 폐업을 최종 결정했고, 같은 달 30일 0시를 기해 방송 송출을 결정했다. 폐업 이유는 경기도의회 등의 탄압과 노동자 간 분열 등으로 경영이 악화된 점을 들었다.

이날 수원시 디지털엠파이어2 세미나실에서 ‘RESET, 경기지역 방송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는 경기도의회 김달수 문화체육관광위원장과 오정훈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민진영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황호완 가재울라듸오 PD, 류명진 경기시민연구소 ‘울림’ 공동소장, 한범승 부천시민미디어센터장,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등이 참석해 향후 과제를 논의했다.

▲ 황호완 가재울라듸오 PD

발제를 맡은 황호완 가재울라듸오 PD는 경기지역 방송을 만들며 사용자 입장의 ‘어떤 방송국이 경영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아닌 청취자 입장에서 ‘어떤 가치를 가진 방송국을 만들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황 PD는 “지상파가 과연 (자진해서) 폐업신고를 할까라는 생각은 많이 해보지 않은 상상이

다. 사상 초유에 상황에 더 많은 논의와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번 경기방송 사태로 “지역언론의 사주의 독점적인 운영, 지자체의 지원을 통해 운영되는 전형적인 지역언론의 문제점이 들어났다. 경기방송이 폐업을 하면서도 악조건으로 도의회에서 예산을 줄였다는 주장을 내놓을 정도”라면서 “그런데 그게 왜 방송국 폐업의 이유가 돼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경기방송이 얼마나 지역주민과 함께하지 않았는지, 경기방송이 오히려 경기도나 경기도의회와 밀착된 방송이었다는 걸 고백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지역 방송은 시민과 함께하는 저널리즘이 강화된 방송국으로 설계돼야 한다. 주민들의 삶과 어우러지는 지역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이 살아있어야 한다”며 “그러면서도 독립성과 재정자율성, 고용승계 등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류명진 경기시민연구소 '울림' 공동소장

류명진 경기시민연구소 ‘울림’ 공동소장은 지역주민과 소소한 이야기까지 공유할 수 있는 방송을 요구했다.

류 소장은 “주민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경기방송은 이름 때문에 경기도가 직접 운영하는 곳 인줄 알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며 “그런데도 경기방송은 공공성을 저버리고 폐업이유로 예산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크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경기지역 방송이 경기방송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면, 이름에 걸맞게 주민

들과 소통의 과정이 었어야 한다”며 “지역언론이 지역의 사안들 하나의 기사로 보는게 아니라 현안에 직접참여하고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사례를 만들길 바란다”고 했다.

▲ 한범승 부천시민미디어센터 센터장

한범승 부천시민미디어센터장은 청취자가 이제 ‘소비자’로 머무는 것이 아닌 ‘생산자’로 참여하는 방송사를 제안했다.

한 센터장은 “어린 시절 외국의 지역방송을 보면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 점이 딱딱하지 않고 지역방송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점이었다. 우리도 KBS가 열린채널을 시작하면서 시청자 참여 방송이라고 하며 시민이 방송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도 “그러나 지역방송을 보면 시청자와 청취자는 늘 소비자였지 생산자로서 방송에 참여하지 못했다. 시청자의 노력을 방송국은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문전박대하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지역에도 시민들이 활동하는 미디어센터가 있고, 시민들의 활동 범위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어느 방송도 미디어센터와 접촉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토론을 계기로 도민들과 함께 도내 소식을 공유하는 방송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방송국 추진에 있어 정치적 고려와 재원마련 등을 조언했다.

원 교수는 “경기지역 방송이 공영방송을 꿈꾼다면 경기도지사가 가지고 있는 위상이라든지, 부담이라든지, 주변의 견제가 분명 존재할 것”이라며 “여러 가지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또 “추진방향의 하나로 재원확보를 위한 구상이 있는데, 도시단위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수원과 성남 등을 나누고, 동두천과 양평 등을 나눠 새로운 컨소시엄을 형성해 일을 시작해야 한 쪽으로 지분이 쏠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민진영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신문사는 신고제로 운영되지만, 방송이 허가제인 이유는 더욱 공공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청취자와 소통하지 않고 주주총회에서 갑론을박도 없이 10분만에 경기방송 폐업이 결정됐다는 것 자체가 소유구조와 의사결정 구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방송에 대한 확정적 이야기가 아닌 의견을 모으고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