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연계 주장하다 뒤쳐져
서울·경기는 신용카드도 가능
운영대행사 문제…안정성 우려

코로나19 긴급 지원금 사각지대에 놓인 인천시민 현실은 한 달 전부터 예고됐다. 인천시는 지난달 26일 자체 재원으로 `긴급재난생계비'를 지급한다고 밝혔다가, 닷새 만에 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소득 하위 70%'에게는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상위 30%에 가구당 25만원씩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인천시민 모두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전격 결정했다”는 발표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정부 지원에도 서울시·경기도는 기존의 자체 지급 방침을 유지했고, 정부 추경안 처리는 늦어지고 있다. 결국 `긴급'이라는 지원금 취지도, `선택과 집중'이라는 당초 정책 방향도 무색해진 셈이 됐다.

▲`1020억원' 일부 지급 가능하지만
21일 인천시 자료를 보면 시가 독자적으로 추진했던 긴급재난생계비에 필요한 예산은 1020억원이었다. 재난관리기금·재해구호기금 등을 활용해 시비로 510억원을 마련하고, 나머지 절반은 군·구비로 충당한다는 방안이었다. 이를 통해 시는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최대 50만원(4인 가구 기준)을 지원하려고 했다. 서울시의 `재난긴급생활비'와 기준, 지원금액이 동일하다.
정부가 지난달 30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발표하면서 이런 재원 조달 계획은 캐비닛 속으로 들어갔다. 하루 뒤 시는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소득 상위 30% 가구에도 25만원씩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시의 긴급재난생계비 계획은 정부 방침으로 흡수되는 안이었다. 앞서 박남춘 인천시장이 밝힌 “선택과 집중이라는 정책 방향을 기본으로 경제적 피해가 큰 위기 계층 보호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원칙도 뒤집혔다. 정부 추경이 늦어지면서 `긴급 지원'이라는 목표는 실종됐다.
서울시·경기도는 정부 발표에도 독자적인 긴급재난생계비·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이어갔다. 인천을 제외한 수도권에선 지원금 신청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반면 인천시는 당초 긴급재난생계비 예산으로 1020억원 확보 계획을 세워놓고도, 우선 지급을 주저하고 있다. 기금 활용은 인천시의회 의결을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정책 의지만 있다면 바로 재정 투입이 가능하다.

▲인천시 `인천이음' 지급만 고집
코로나19 지원금 지급 방식도 인천시는 서울시·경기도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서울·경기는 지역화폐 외에도 선불카드, 신용카드 등으로 신청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혔다. 서울의 경우 모바일 서울사랑상품권 42.7%, 선불카드 57.3%(지난 13일 기준)로 선불카드를 고르는 비율이 높았다. 경기도 역시 지역화폐카드뿐 아니라 13개사 신용카드, 10만원이 충전된 선불카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인천시민은 지역화폐인 `인천이(e)음' 카드나 종이 형태 지역상품권으로만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인천이음은 100만명이 넘게 가입돼 있지만 운영 대행사가 주식 거래 정지 사태에 직면하면서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태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받으려는 인천시민은 인천이음카드를 어쩔 수 없이 발급해야 하는 상황이 뒤따르는 것이다.
시 복지국 관계자는 “다른 지역화폐보다 인천이음 가입자 수가 많아서 지원금 지급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강화군·옹진군의 경우 지역 특성을 고려해 현금 등으로 지급 방식을 다양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