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호주 남동부에서 시작된 산불은 해를 넘겨 올 2월에야 한반도 면적에 달하는 산림을 불태우고, 동물 10억 마리가 희생되는 피해를 입힌 뒤 겨우 진화됐다. 산불은 꺼졌지만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과 복구에 필요한 노력은 추산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호주의 사례는 대규모 산불 앞에선 진화를 위한 인간의 노력이 지극히 제한적임을 보여주며, 결국 산불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은 예방이라는 점을 상기시켜줬다. 물론 한국과 호주는 기후나 지형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있지만, 산악지형이 많은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대형 산불이 발생할 위험이 있어 경각심을 가져야 하겠다.

산림은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수목은 중요한 이산화탄소 흡수원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미세먼지를 흡착해 깨끗한 공기를 제공하는 도움을 준다.
하지만 산불은 산림이 주는 모든 혜택을 한줌의 재로 만들고, 시민 생명과 재산까지도 위협한다. 인천에서도 지난해 강화도에서 50ha에 이르는 대형 산불이 발생했고, 올해에는 도심 한가운

데 있는 연경산 산불로 7ha의 피해가 발생했다.
인천지역의 최근 3년간 산불 발생 원인을 살펴보면 소각산불이 21건으로 40%를 차지한 반면, 과거 산불의 주요한 원인이었던 입산자 실화는 4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속적인 홍보와 높아진 시민의식의 결과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고, 인천의 산불 예방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고려할 만한 사항이다.
산불의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민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내에서 발생한 산불은 특수한 상황을 빼면 모두 사람의 실수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산림 인접지에서는 소각 행위를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농경지에서는 관례적으로 논밭두렁 태우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해충도 죽이지만 해충의 천적이나 익충도 죽이는 결과를 초래해 결국 농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입산 시 라이터 등 화기물 소지와 흡연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많은 시민들이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입산 시 흡연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마지막으로 산불을 목격했을 때는 산림부서나 소방서에 즉시 신고하고 산불 진행 방향에서 벗어나 산불보다 낮은 지역으로 대피해야 한다.

산불은 일단 발생하면 진화하기가 어렵고 어떻게 확산될지 예측할 수 없다.
이뿐 아니라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그 피해가 산림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예방만이 최선의 방법이며, 이를 위해서는 시민 모두의 동참과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다시 한번 시민 모두의 협조와 참여를 당부한다.

 

권혁철 인천시 주택녹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