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으로 정치지형이 달라졌다. 여당이 국회의석의 60%를 차지했다. 87헌법체제의 출범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절대 다수의 국민이 야당심판을 선택했다. 총선으로 나타난 민심은 명확하다. 국민은 정치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만 싸우고 코로나를 극복하듯이 경제문제 등 현안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 주권자의 명령이다.
민주당은 기회다. 그 동안 야당의 비협조로 추진하지 못했던 각종 정책을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국회선진화법도 장애가 되지 못한다. 야당의 협조가 없어도 헌법개정에 준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일반 법률은 물론 사실상의 헌법인 선거법, 정당법, 국회법 등 정치관계법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민주당은 위기다. 지금까지 여당은 정책실패를 야당의 탓으로 돌려왔다. 이제는 모든 정책실패가 순전히 민주당과 정부의 책임이 된다. 민주당은 정당을 통해 정부와 국회는 물론 헌재와 법원, 지방권력까지 장악하고 있다. 무소불위의 권력이다. 절대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 오만과 무능을 불러온다.
압도적인 권력을 정부와 여당은 스스로 권력행사를 절제해야 한다. 가진 권력을 다 쓰려고 하면 민주주의는 붕괴되고 권력도 무너진다. 권력의 절제는 불문의 헌법이다. 국회의 고유기능인 정부통제는 지금까지 야당의 몫이었다. 여당은 국회속의 정부였다. 총선으로 야당은 약체가 되었다. 야당만으로는 정부를 통제는 어렵다. 정부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가 된다. 이에 여당은 스스로 정부통제에 나서야 한다. 여당 국회의원은 정당대표가 아니라 국민전체의 대표가 되어야 한다. 당론강제도 피해야 한다. 이러한 정치개혁에 실패한다면 국민들은 이제 여당인 민주당에 책임을 물을 것이다.
여당과 정부는 야당을 더 이상 적폐세력으로 배척할 수 없다. 국민들이 총선을 통해 인적청산을 끝냈다. 이제는 야당을 경쟁적 협력자로 포용해야 한다. 시급한 경제문제와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김대중정부나 노무현정부처럼 우파정책도 과감하게 수용해야 한다. 독일의 쉬뢰더총리는 사민당의 내부반발에도 불구하고 `좌파속의 우파'를 표방해 경제위기를 극복했다. 역설적으로 우파정책은 좌파정권이 나서고, 좌파정책은 우파정권이 나서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미래통합당은 분명히 위기다. 오로지 여당의 실정을 부각시키고 발목을 잡는 것만으로는 정권을 재창출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번 선거결과를 코로나 탓으로 돌리거나, 선거운동의 실패로 본다면 국민의 뜻을 잘못 읽은 것이다. 탄핵 이후 보여준 자유한국당에 대한 총체적인 심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이라도 왜 박근혜대통령이 탄핵을 당했는지를 깊이 성찰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탄핵은 단순히 법률적인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인 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 반성도 혁신도 철학도 없는 구태 미래통합당(한국당)에 대해서 국민이 다시 한 번 탄핵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총선결과를 적당히 임기응변으로 무마하고 덮으려고 한다면 2년 후 대선에서 또 한 번 국민으로부터 버림을 받을 것이다.
미래통합당에게는 기회가 주어졌다. 스스로 못하는 개혁을 국민이 총선을 통해 요구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정당해체 수준의 개혁으로 응답해야 한다. 마음을 담을 길 없는 우파진영의 국민은 물론 좌파진영의 국민에게도 희망을 주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무조건 여당의 발목이나 잡는 구태를 벗어나야 한다. 칼날을 잡고 우왕좌왕할 것이 아니라 칼자루를 쥐는 정책을 개발하고 국민들의 지지와 마음을 잡아야 한다. 아래로부터 조직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콘텐츠와 인물교체로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어야 한다.
정의당과 국민의당, 민생당 등 소수정당들은 민심이 양당체제로 회귀하면서 희생양이 되었다. 거대여당과 야당의 틈바구니에서 존재가치를 입증하지 못하고 부화뇌동한 것에 대한 국민의 심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거대여당과 야당에 의해서 대변되지 못하는 국민을 대변해 다원적 정치질서를 형성하는 존재가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찾아야 한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