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일 일평균 수출 두자릿수 하락…전월보다 낙폭 커질듯
조업일수 감소·국제유가 급락·기저효과 등 영향…"월말까지 지켜봐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한국 무역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한국 무역은 그동안 코로나19 사태에 비교적 선방해왔지만, 4월 들어서는 주요 업종과 시장의 수출이 일제히 큰 폭으로 떨어지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미국, 중국 등으로부터의 수입도 상당히 감소해 무역수지마저 적자를 냈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 수출입의 낙폭이 전월보다 확대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수출입은 월말 변동이 크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실적만 가지고 한국 무역의 회복세가 완전히 꺾였다고 예단하기는 이르다.

21일 관세청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 수출은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1월부터 지난달까지 비교적 선전했다.

1월 수출은 6.1% 감소했지만 일평균 수출이 14개월 만에 처음 증가했고 2월에는 4.5% 반등했다. 3월에는 0.2% 다시 하락했으나 코로나19의 충격에 비하면 양호한 성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다만 코로나19가 미국, 유럽 등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 4월부터의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1∼20일 성적은 좋지 않았다.

관세청은 이 기간 한국 수출액은 217억2천9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9% 감소했다고 밝혔다. 조업일수가 이틀 적은 점을 고려해도 하락률은 16.8%에 이른다.

조업일수를 고려하지 않은 통계에서 반도체(-14.9%), 승용차(-28.5%), 석유제품(-53.5%), 무선통신기기(-30.7%), 자동차부품(-49.8%) 등 주요 수출 품목이 대부분 부진했다.

반등 노리던 반도체 노심초사…코로나19에 위축되나 (CG)[연합뉴스TV 제공]

수출 상대국별로도 중국(-17.0%), 미국(-17.5%), 유럽연합(EU·-32.6%), 베트남(-39.5%), 일본(-20.0%), 홍콩(-27.0%), 중동(-10.3%) 등 주요 시장 수출이 일제히 위축됐다.

유럽·미국 등 글로벌 셧다운(일시적 가동중단), 각국의 이동제한 조치, 국제유가 급락 등이 자동차·차부품, 석유제품·석유화학 수출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반도체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말일에 감소 폭을 메우는 경향이 있어 20일간의 수치만으로는 등락을 예측하기 어렵다.

지난해 4월 수출 감소율이 2019년 중 가장 낮았다는 기저효과도 어느 정도 반영됐다.

외국에서 원자재를 구매해서 상품을 만들어 파는 한국의 무역구조 상 수출이 줄면서 자연히 수입도 감소했다.

1∼20일 수입액은 251억8천4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6% 줄었다.

정보통신기기(6.5%), 승용차(15.8%) 등의 수입은 늘었지만 원유(-50.1%), 기계류(-11.8%), 석탄(-40.2%) 등은 감소했다.

나라별로는 싱가포르(2.4%)를 제외한 중국(-3.5%), 미국(-13.2%), EU(-12.4%), 일본(-16.4%), 중동(-51.0%) 등에서의 수입이 모두 줄었다.

무역수지는 약 34억5천5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억1천200만달러 적자보다 세배 가까이 확대된 수준이다.

만약 이 같은 추세가 이어져 무역수지가 적자가 난다면 3월에 기록했던 98개월 연속 흑자 행진도 멈추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월말로 갈수록 수출이 늘고 수입이 주는 모습을 보여 무역수지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며 "예년에 비해 크게 벗어난 수치는 아니며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입은 마지막 열흘간 모든 게 바뀔 수 있다"면서 "1∼20일간 수치만 가지고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분석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