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선생님과 길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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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선생님과 길고양이' 스틸컷. <BR>/사진제공=영화진흥위원회
▲ 영화 `선생님과 길고양이' 스틸컷.
/사진제공=영화진흥위원회

때론 사는 게 외로워 어디서부터 시작이고 어디까지가 끝인지 알 수 없는 사막 위를 홀로 걸어가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은퇴한 교장선생님 쿄이치 모리는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

꼬장꼬장 타협을 모르는 쿄이치는 집에서 책을 읽고 단골 빵집에서 빵을 사는 게 일상의 전부다.

하지만 그 빵집마저 폐업한다. 원가 절감 차원에서 바꾼 싸구려 버터 맛을 귀신같이 알아챈 쿄이치의 항의 때문이었다.

그런 그의 집에 언제부턴가 길고양이 한 마리가 드나든다. 생전 아내가 돌봐주던 고양이다.

영화 `선생님과 길고양이'는 일본의 오래된 시장에 나타난 길고양이와 상인들의 우정을 담은 소설 <길 잃은 고양이 미쨩과 지역 상점가의 재생>을 원작으로 했다.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썼으며 후카가와 요시히로 감독이 사람과 고양이의 우정이란 골자만 남겨두고 각색했다.

“널 보면 아내 생각이 나 견딜 수가 없어. 한낱 길고양이일 뿐인 너를 동네 사람들은 모두 좋아해 주잖아. 이건 불공평해.”

고양이가 집 안에 들어올 수 없게 막고 내쫓던 교장 선생님은 갑자기 사라진 고양이를 어느새 찾고 있는 자신을 알아챈다.

쿄이치는 사람들이 고양이에게 붙였던 이름들을 부르며 온 동네를 헤맬 뿐 아니라 옆 마을까지 건너간다. 집에 한정됐던 쿄이치의 영역이 길고양이 반경만큼 확대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함께 고양이를 찾는 이웃들과 음식을 나눠먹고 작전을 짜는 등 연대를 배운다.

죽은 아내와 이루지 못했던 이별도 진행한다. 고립됐던 노인의 삶이 동물로 인해 성장한다는 이 영화의 착한 서사는 고독하고 힘겨운 관객들에게 잔잔한 위로가 된다.

쿄이치와 주민들이 끝내 길고양이를 찾는데 성공했는지 영화에서 말해주지 않지만 목가적인 일본의 변두리 마을 풍경과 정겨운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유유히 순화되는 마음을 발견한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