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이 끝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승자와 패자 모두 결정났다.
포천·가평 선거구는 미래통합당 최춘식 후보가 당선했고, 더불어민주당 이철휘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그런데도 아직 선거 과정에서 남은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이어지면서 선거 후유증이 심각하다. 특히, 선거법 위반으로 재·보궐선거를 할지 모른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이러면서 당선자와 낙선자 모두 박수받지 못하고 있다.
선거 결과를 떠나 후보자들은 그동안 훌륭한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것도 사실이다.
최춘식 당선자는 제2 고향인 포천에서 시의원·도의원 등을 지내며 30여 년 동안 지역발전에 노력해왔다.
이철휘 후보 역시 36년간 나라에 충성한 육군 대장이다. 정치에 입문한 후 지역 발전을 위해 굵직한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이들 외에도 포천은 큰 인물의 정치인이 많다. 이한동 전 국무총리는 1981년 11대 총선에서 금배지를 단 후 내리 6선에 성공했다. 2002년 16대 대통령선거에도 출마했다.
김용채 전 건설교통부 장관과 고 오치성 전 내무부 장관도 있다. 이들은 모두 4선 의원이다. 2008년 MB(이명박 대통령)가 보내서 왔다는 김영우 의원은 3선을 지냈다. 어느 국가든지 정치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고 박수받을만한 일이다.
그러나 포천 사람들은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 왜일까?
시민의 선택으로 후광을 얻었다면 시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다. 심지어 정계 은퇴 후 지지를 해줬던 시민들과 소통은커녕 고향에 발걸음도 내딛지 못한 채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21대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영우 의원은 선거 기간 유세 현장에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12년 동안 당과 시민들의 지지를 받았는데도 말이다.
오죽하면 최춘식 후보가 당선하려면 김 의원이 유세 현장에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웃지 못할 얘기까지 나왔다.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전직 시장의 모습도 유세 현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서장원·김종천 전 시장은 부적절한 행동으로 지역에서 여론이 좋지 않다. 그렇다고 이들 모두가 국가와 지역 발전에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재임 기간 박수받을 일도 많았다. 하지만 은퇴 후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정치인이 있어야 할 곳은 시민의 목소리가 있는 현장이다.
4·15 총선에서 유독 눈에 띈 사람이 있다. 2선을 지낸 박종희 전 국회의원이다. 그는 지역 여론도 좋아 미래통합당 공천을 신청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그러나 좌절보다는 시민들 앞에 당당히 섰다. 최춘식 후보를 돕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한때 포천에서 정치한다고 손가락질도 받았지만, 뒷모습은 아름다웠다.
`민심은 곧 천심'이라고 한다. 정치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은 국민을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러다 보니 박수를 받지 못하고 불신을 당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진정 성공한 지도자로 남고 싶다면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시민들은 정치인의 이미지만 보지 않는다. 행동 하나하나에 담긴 정치인의 진심을 확인할 때 민심도 움직인다. 큰 의미를 남길 것이라는 도전에도 박수를 보내지 않은 시민들. 무거운 숙제로 여겨야 할 대목이다.

경기 북부취재본부 부장 이광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