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고동 `내마을 이발관' 44년째 운영
뛰어난 실력·친절함 갖춰 단골 많아
생 끌날 때까지 주민헤어 책임지고파


손때 묻은 낡은 바리캉 하나가 이천 관고동에 있는 `내마을 이발관'의 역사를 짐작게 한다. 이곳에서 강희춘(71) 이발사는 동네 터줏대감으로 통한다.

관고동에서만 44년째 이발소를 운영해 온 강 이발사는 19일 `내마을 이발관'을 찾는 단골손님들은 적게는 5년부터 많게는 30년까지 시간을 함께했다며 미소 지었다.

“30년이 훌쩍 넘도록 찾아와 주는 손님들이 있습니다. 이 지역에 살다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어도 머리 자를 때가 되면 이발관으로 먼 걸음을 해 주시지요. 한 번은 3대가 함께 이발관을 찾아온 적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감사함을 느끼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손님들은 향수와 추억을 쫓아, 푸근한 고향의 정이 그리워서 등등 저마다의 이유로 `내마을 이발관'을 찾는다.

그 중에서도 강 이발사의 숙련된 손놀림과 친절한 서비스를 기억하는 손님들이 주류를 이룬다.

“손님과의 충분한 소통이 오랜 단골손님을 만들어 준 요인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이발사의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고 손님이 원하는 스타일을 따라주는 것이지요. 어디 가서 머리를 할 때 원하는 머리 모양이 안 나오면 속상하잖아요.”

올해로 50여 년째 가위를 잡아 온 강 이발사가 이용기술을 처음 접한 건 17살 되던 해였다. 어려운 형편 탓에 학업을 이어갈 수 없었던 그는 서울로 상경해 이발 기술을 배웠다.

기술을 배운지 4년이 됐을 무렵, 이천으로 내려오게 됐고 동네 이장이 운영하던 이발소를 물려받아 1975년 문을 열었다.

“하얀 가운을 입고 가위질하는 이발사가 어찌나 멋있어 보이던지 그 모습에 반해 이발사가 되기로 결심하게 됐죠. 지금까지 이발사가 된 걸 단 한 번도 후회해 본 적 없습니다.”

강 이발사는 손님이 건넨 “잘 깎았네” 한마디가 오랜 시간 이발사로 일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 말했다.

“손님들이 머리를 깎고 나가면서 해 주는 감사 인사 한마디가 버팀목이 됐습니다. 생이 다하는 날까지 관고동 주민들과 타지역에서 찾아오는 오랜 단골손님들의 멋진 헤어스타일을 책임지고 싶습니다.”

/글·사진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