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국자 격리시설 업무 중 확진자 접촉
피트니스대회 출전위해 '몸만들기' 구슬땀


"요즘 코로나19, 국회의원 선거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저만 휴가 갔다 오는 거 같아서 미안합니다."

16일 아침, 광주시청 공보실에서 14일간의 휴가를 마치고 출근한 박근혜(38·여·사진) 주무관은 동료 직원들에게 미안해하고 있었다.

사실 박 주무관은 코로나19 의심 환자로 구분돼 14일 동안의 자택 격리됐다가 해제돼 이날 처음 출근한 것이다. 지난 1일 코로나19 격리시설에서 1974년생 해외 입국자 입소를 맡던 중 입소자가 확진됨에 따라 2차례 검진을 통해 음성 판정을 받은 박 주무관은 현행법에 따라 2~15일 자가 격리 조치됐다.

"처음엔 두려움도 있었지만, 평소 면역력에 자신 있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족들은 거실과 각자 방에서 생활하고, 저는 화장실 딸린 방안에서 혼자 철저히 격리 생활을 했죠."

같은 집에 있는 가족들과도 전화와 벨로 의사소통을 하는 등 무인도 같은 고립 생활을 해야 했던 박 주무관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슬기로운 자가 격리 생활'을 선택했다. 평소 몸짱으로 유명한 박 주무관은 이미 참가 신청한 피트니스 대회를 위한 몸만들기에 돌입한 것이다. 혼자 격리된 공간에서 운동 식단을 만들고, 20~30㎏ 되는 덤벨을 들고 운동하고, 먹고, 자고를 반복하면서 매일 매일 대회 준비를 했다.

광주소방서 소방안전특별점검단에서 소방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남편 김부휘(44)씨도 2주간 휴가를 내 박 주무관의 몸만들기를 도와줬다. 보디빌더인 남편은 영상통화로 운동을 체크해 주고 "운동했니? 힘들어도 운동해야지, 그래야 우울감도 없어지고 자신감도 생기지", "덤벨 활용 좀 잘해 봐, 그래야 근육이 더 잘 생기지" 등 끊임없는 잔소리로 박 주무관이 나태해지거나 외로워지는 것을 막아줬다.

남편 김 소방장은 중학교 때 운동을 시작해 광주소방서 헬스동호회장을 맡으며 2013년 보디빌딩협회 성남시대회 -80㎏ 부문에서 5위에 입상하는 등 선수급 보디빌더다.

평범하게 공직 생활을 하던 박 주무관은 2018년 말 남편의 권유로 헬스에 입문하게 됐다. 이후 남편의 지도로 본격적인 운동을 하면서 지난해 3월부터 피트니스스타 오픈 미디엄 6위, 리저널충청슈퍼맘 2위, 리저널충청노비스비키니 3위 등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불과 운동 4개월 만에 거둔 성과다.

"처음엔 건강상의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를 극복하고 대회를 마치게 되자,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습니다. 운동 시작한 이후 긍정적인 마인드가 확실히 자리 잡게 됐습니다."

코로나19 의심으로 자가 격리 조치됐던 순간을 되레 대회 준비의 기회로 삼아 체중을 3㎏ 감량하고 근육량을 늘려 대회의 희망을 키웠다는 박 주무관의 모습에서 '어려움은 꼭 극복된다'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광주=김창우 기자 kc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