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승리라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도가 마땅찮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지속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는 시점에서 치뤄지는 선거라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반대였다. 21대 총선 투표율은 66.2%로 28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민들은 마스크를 쓰고 세정액을 바르고, 비닐장잡을 끼고 투표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고도 투표장으로 몰려들었다.

뭔가 벼르지 않은 한 이러한 현상이 빚어지기는 쉽지 않다. 정권에 대한 심판과 야당의 발목잡기에 대한 심판이 이번 선거의 최대 화두였던 상황에서 국민들은 단호하게 야당 심판을 택했다. 문재인정부의 국정 운영을 긍정 평가하고 있으며, 후반기에도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위기 국면에서는 단합이 필요하다는 의사도 담겨 있다.

민생 분야뿐 아니라 개혁입법에 사사건건 딴지를 걸었던 미래통합당은 혹독한 대가를 치뤘다. 역설적이게도,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통합당이 워낙 죽을 쒔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통합당은 불과 2년 전 지방선거에서 국민으로부터 사실상 퇴출명령을 받고도 전혀 환골탈퇴 없이 그 모습 그대로 선거에 임했다가 완패를 당했다. 시중에 떠도는, '(민주당이) 아무리 못해도 너희(통합당)는 아니다'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개혁입법을 추진해 이번 선거에 담긴 민심을 받들어야 한다. 또 코로나 사태 정부 대응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민주당 승리를 견인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코로나가 완전히 진정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주문이다. 아울러 본격화되기 시작한 코로나 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도 총력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총선 뒤의 자세다. 정부과 여당은 민주화 이후 어떤 정권도 갖지 못했던 막강한 힘을 갖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마가 끼기 쉬운 법이다. 결코 자만해서는 안된다. 승리에 도취해 당내 파벌이 심화되거나, 총선 과정에서도 나타났지만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등 친문 일부 세력의 전횡이 등장해서는 안된다. 그러면 도루묵이 된다. 선거는 또 다가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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