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협의체 구성·기초조사키로
인천 서해5도 인근 해역에서 남북이 처음으로 손을 맞잡는 해양 쓰레기 수거 사업이 벌어진다. 정부는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서해평화수역에 가라앉아 있는 쓰레기 정화에 나서기로 했다. 남북 공동 협의체가 구성되면 군사적 충돌까지 빚어졌던 '긴장의 바다'가 '한반도 공동 번영'의 상징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해양수산부·환경부·해양경찰청이 공동 수립한 '제3차 해양쓰레기 관리 기본계획(2019~2023)'을 보면 세부 과제로 서해평화수역 침적 쓰레기 정화 사업이 포함됐다.

북방한계선(NLL) 인근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는 쓰레기를 치우는 이번 사업은 남북 공동으로 추진된다. 정부는 이르면 내년부터 정책 담당자와 전문가 등으로 남북 공동 사업추진협의체를 꾸리고 기초조사 연구에 착수한다.

해양수산부 해양보전과 관계자는 "남북관계라는 변수 때문에 구체적인 추진 시기를 내다보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 우선 어디에, 얼마나 쓰레기가 쌓여 있는지부터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북이 함께 해양 쓰레기에 대응하는 계획이 수립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대상 해역이 한때 긴장이 고조됐던 서해5도라는 데 의미가 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과 10.4선언으로 서해평화수역 개념이 제시되고 공동어로사업이 논의됐지만, 남북관계는 이후 교착 상태에 빠졌다. 2017년 재개된 남북 대화로 서해평화수역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서해평화수역 침적 쓰레기 정화는 생태계 보전과 어장 환경을 되살리는 데에도 실질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지난해 발표한 '서해평화수역 조성을 위한 정책방향 연구' 보고서에서 "공동어로구역 대상 해역에선 남북한의 장기간 대치로 많게는 연간 1000척이 넘는 중국어선이 조업하면서 수산자원을 남획하고 어구를 폐기해 어장 환경이 악화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우선 어장 환경의 개선과 관련해 침적 폐어구 수거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런 현실은 수산자원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자료를 보면, 연평도를 비롯한 인천 해역에서 봄어기 꽃게 어획량은 2017년 2318t에서 지난해 702t으로 급감하는 추세다.

해수부 관계자는 "중국어선 조업이 잦고, 해양 쓰레기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판단해 남북 공동 사업은 서해에서만 계획하고 있다"며 "추진 기반이 마련되면 정기적으로 해양 쓰레기 실태조사와 수거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