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똑똑히 기억해야할 '그날의 뜨거움'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김홍모·윤태호· 마영신·유승하 그림,창비, 각 1만4000원.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올바르게 기억하고 젊은 세대에게 그날의 뜨거움을 생생히 전달하기 위해 기획된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시리즈가 출간됐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기획하고 김홍모, 윤태호, 마영신, 유승하 네 작가가 참여해 제주4·3,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을 그렸다.

4·19혁명 60주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2020년, 오래전 그날을 기억하고 지금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진단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책이다.

기획에 참여한 김홍모, 윤태호, 마영신, 유승하 네 작가는 각각 제주4·3,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렸다.

김홍모는 제주 해녀들의 항일시위와 제주4·3을 연결해 그려내는 상상력을 발휘하며 해녀들의 목소리로 제주4·3을 다시 기억한다.

제주4·3은 1961년 5·16군사정변 이후 오랫동안 금기시되었다.

2003년에 이르러서야 첫 진상조사 보고서가 발간되었고, 아직까지도 진상 규명이나 피해 구제가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주4·3의 희생자들은 '빨갱이'로 낙인찍히는 불명예를 떠안았으며, 생존자들은 아무 이유 없이 숨죽여 살아야 했다.

<빗창>은 무자비하고 잔혹했던 제주4·3을 해녀들의 서사로 재해석하여 읽어낸 작품이다.

윤태호는 전쟁 체험 세대의 시선을 빌려 한국의 발전과 4·19혁명을 목격해온 이들의 소회를 솔직하게 풀어낸다.

1960년 4월19일, 학생들과 시민들이 3·15부정선거와 이승만의 독재에 반대하며 민주주의 혁명을 일으켰다. 식민통치와 해방, 전쟁과 분단을 경험하며 당장의 생존을 위해 애써야 했던 사람들은 어떻게 그처럼 적극적으로 민주주의를 외칠 수 있었을까?

윤태호의 <사일구>는 일제강점기부터 4·19혁명까지,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를 한 호흡으로 고스란히 녹여내며 민주주의의 성장과 그 안의 사람들에 주목한다.

마영신은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5·18민주화운동의 왜곡과 폄하를 지적하며, 40년 전 광주를 우리는 지금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질문한다.

<아무리 얘기해도>는 5·18민주화운동을 다루되 과거를 재현하는 데 그치기보다는 5·18을 왜곡·폄훼하려는 극우세력과 이들이 퍼뜨리는 가짜뉴스의 문제를 함께 고발한다.

현재 어떤 세력에 의해 5·18민주화운동이 왜곡되고 있으며, 이러한 행태가 왜 반복되는지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주인공 학생의 비뚤어진 생각은 광주의 진실이 제대로 역사화되지 않으면 어떻게 왜곡되어 확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6·10민주항쟁 현장을 뛰어다녔던 유승하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1987년 그날, 다함께 목놓아 외쳤던 함성을 고스란히 전한다.

<1987 그날>은 당시 6·10민주항쟁에 참여한 다양한 시민들의 면모를 보여준다.

혜승과 진주처럼 학생운동에 함께한 대학생들부터 이한열 열사를 그린 걸개그림의 작가 최병수 목수를 모델로 한 현장미술가, 명동성당에 모인 상계동 철거민과 6·10국민대회에 참가한 노동자와 종교인, 그리고 수많은 평범한 시민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보면 1987년의 그날이 '평범한 사람들의 거대한 참여'로 가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