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염상섭·현진건…근현대사에 뜬 스타문인 작품 한곳에
▲ 인천 중구 신포로에 위치한 한국근대문학관 전경. /사진제공=한국근대문학관

 

 

근대 열망·식민 좌절·해방 감격 등
문학작품, 전국 유일 역사순 전시

방정환 탐정소설 속 장소 재현
희귀 아동문학 공개 등 이색시도도
청소년 '토요문학관' 프로 운영


이상, 김소월, 한용운, 염상섭, 현진건, 채만식…. 우리나라 근대 문학계 걸출한 위인들을 모두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인천 중구에 위치한 한국근대문학관이다.

전국 각지에 개별 문인이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관은 있지만 이렇게 한국 근대문학 전반에 대해 설명과 자료, 유물을 곁들인 전시를 하는 곳은 인천의 한국근대문학관이 유일하다.
서울에 개인이 운영하는 한국현대문학관이 있기는 해도 문인 중심의 유물과 자료를 보여주고만 있을 뿐 한국문학을 역사적으로 개괄하고 있지는 않다.

인천문화재단은 오늘날 한국의 근대문학을 교양적 차원에서 일반 시민이 알 수 있도록 2013년 한국근대문학관을 인천에 설립했다.


구한말부터 1980년대까지의 대한민국 문학사와 문학집, 출판물 등을 총 망라한 전시물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전국 최초의 시설이다.

 



#상설전시

한국근대문학관 상설전시실은 근대계몽기(1894~1910)에서 해방기(1945~1948)까지 한국 근대문학의 형성과 역사적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잡지 형태로 구성됐다.
1894~1910년은 왕조의 몰락과 근대국가의 열망 속에서 신문학의 씨앗을 뿌려졌다. 문학관에서 이 시대 근대계몽기의 시를 통해 문명개화와 자주독립의 열망을 느낄 수 있다. 신소설과 역사전기물이 시대상을 노래했다.

1910~1919년은 식민지 근대의 확장과 무단통치의 강화 속에서 근대문학이 출발한 시기였다. 자유로운 리듬으로 개인의 정서를 이야기하며 자아각성과 근대문명을 외쳤으나 식민지 현실과 유리된 작품들이 나왔다.

1919~1925년은 청년시인들이 대거 출연한 때였다. 김소월과 한용운은 전통 정서를 계승하면서 사랑의 윤리를 호소했다. 식민지 현실에 눈을 뜨고 감성적 비애와 좌절을 토로한 작품들을 통해 시대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한국근대문학관 상설전시관엔 1925~1935년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으로 식민지 현실에 맞섰던 근대 문학을 전시해 두었다.

1925년 결성된 예술단체 '카프'의 시와 소설들은 식민지와 자본주의를 뛰어 넘어 농민의 애환과 농촌의 현실에 주목했다. 이 시절 본격 장편소설의 장을 연 이기영과 한설야, 강경애, 염상섭, 채만식을 만날 수 있다.

일제 파시즘에 맞서 시대를 고뇌한 1935~1945년 문인들은 생명을 추구하며 조선적인 것을 재발견해 문학에 투영했다. 이어 해방의 감격을 노래하며 새로운 민족문학으로 부활한 1945~1948년까지를 상설전시장에서 둘러보면 된다.

 



#기획전시

한국근대문학관은 ▲근현대 베스트셀러 ▲소설, 애니메이션이 되다 ▲인천의 고교 교지 특별전 등 새롭고 신선한 특별전시를 기획해 왔다.

올해는 어린이날을 만들고 근대 어린이운동에 헌신한 소파 방정환 탄생 12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이 한국근대문학관에서 열린다. '방. 탄 어린이, 새 시대를 열다'라는 주제로 연말까지 이어진다.(현재는 코로나19로 휴관 상태)

방정환만을 주제로 어린이가 중심이 되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여 즐길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국내 최초다.
방정환 선생의 탐정소설 속 장소를 재현하고 인형극 형태로 작품의 주인공들을 만나 보는 체험장도 열려있다.
아울러 한국근대문학관이 소장한 희귀 근대 아동문학 관련 실물 자료 18점도 공개·전시된다. 1907년 초등교육 교재로 발행된 <유년필독>은 민족주의적 내용으로 인해 1909년 발매금지·압수를 당한 책인데 당시 압수 도서 중 그 수가 가장 많아 국민들에게 폭넓게 읽히던 책이다.

이 외에 육당 최남선이 펴낸 1910년대 대표적 어린이 잡지 <아이들보이>와 방정환이 직접 편집·발행한 <어린이>잡지를 볼 수 있으며 <새벗>, <아희생활>, <목마> 등 쉽게 보기 어려운 일제강점기 어린이 잡지들도 전시된다. 또한 당시 어린이들이 즐겨 읽고 불렀던 동화·동요집과 아동극 단행본 등 방대한 문학관 소장 자료 중 엄선한 일제강점기 18권의 희귀 근대 아동문학 도서 실물을 직접 접할 수 있다.

 


#교육 프로그램

한국근대문학관은 한국근대문학과 인문학을 바탕으로 수요자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문학을 더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토요문학관 학교'와 '문학이 있는 저녁'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 한국문학 명작 특강, 세계문학 명작 특강, 한국문학과 인문학 등 강좌가 있다.
 

 

#이현식 한국근대문학관 관장

▲ 이현식 한국근대문학관장.
▲ 이현식 한국근대문학관장.

"인천의 개항으로 한국에서 근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죠. 그런 도시에서 우리 근대문학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만큼 의미 있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근대 문인 가운데 훌륭한 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누가 들어도 알만큼 유명한 스타는 없는 게 사실이다.
대표적 문인도 없는 인천에서 왜 한국근대문학관을 유치했는지에 대해 이 관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단순히 표피적 근대를 넘어 우리에게 근대가 무엇인가를 되묻게 만드는 힘이 한국 근대문학이 갖고 있는 저력이라면, 근대적 개항이 이루어진 인천에서 근대문학의 뿌리를 말해야만 근대문학의 가치를 계승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문학관이 위치한 아트플랫폼 자체가 의미를 지닌다.

"한국근대문학관은 개항장이었던 옛 제물포항에 위치하고 건물 역시 1892년 창고를 리모델링하여 만들어졌죠. 콘텐츠는 물론이고 하드웨어도 근대적 자취를 갖고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30년대 후반 비평과 소설 등 문학을 전공한 그는 한국근대문학관을 통해서 인천시민들의 문화적인 질을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가 문학관을 만들 때 곧잘 한국근대문학관을 벤치마킹하러 온답니다. 다른 지역의 표본과 모범이 될 뿐 아니라 양질의 문화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공동기획 인천일보·인천광역시박물관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