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을 맞아 전국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정한 선거관리가 새삼 요청되고 있다. 선거관리의 공정성은 국가 대사인 선거의 신뢰성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각급 선거관리위원장직에 현직 판사들이 맡는 관행이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판사는 우리 사회에서 그 어느 분야보다 공정성과 균형감을 기대할 수 있는 직분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그러나 판사가 일률적으로 선거관리위원장직을 겸하게 되니 선거법 위반을 처리함에 있어 조사와 고발, 재판의 주체가 겹치게 되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인천의 경우 인천시 선거관리위원장은 인천지방법원장이, 10개 군·구 선관위원장은 인천지방법원의 부장판사들이 맡고 있다. 독립적 헌법기구인 선관위는 국가와 지자체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선거 관리와 불법 행위 감시, 단속 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특히 선관위원장은 선거 사무 처리의 최종 결정권자이다. 선거법 위반 행위를 수사기관에 고발할지의 여부도 판단한다. 판사가 선관위원장을 겸임하는 것은 오랜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법을 보면 '선관위원장은 선관위원 중에서 호선한다'고 명시돼 있을 뿐 구체적인 위원장 자격 요건 등은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럼에도 중앙선관위는 누리집에 '시·도별 선관위원장은 지방법원장인 위원을 선출하는 것이 관례로 돼 있다'고 못박아 놓았다. 문제는 선관위에서 조사한 선거법 위반 행위에 대해 선관위가 고발하고 다시 재판까지 맡게 된다는 점이다.

단적인 사례가 이미 인천에서 일어난 바 있다. 2000년대 초 인천 중구에 출마해 당선된 한 인천시의원이 중구선관위에 의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 그런데 당시 1심 재판장이 중구 선관위원장을 맡았던 인천지법 부장판사였던 것이다. 동일인이 조사, 고발, 재판을 모두 담당한 셈이다. 판사가 선거관리위원장직을 맡게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지금처럼 갈등과 분열이 심각한 현실에서 사법부에 그나마의 균형추 역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사, 고발, 재판의 주체가 동일인이 되는 경우 등에 있어서는 상피제를 적용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