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가장 북한 가까이 있는 교동도(강화군)는 6·25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지금도 주민 가운데 상당수가 북한 출신이거나 2·3세다. 피난민들이 초기에 정착한 대룡시장은 미장원. 전파사, 잡화점 등이 옛 모습을 간직한 채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길게 늘어서 드라마 촬영지가 되기도 했다. 교동도 나들길인 '머르메 가는 길'은 섬 서쪽을 도는 코스(17㎞)로 산과 들, 바다 등을 보면서 트래킹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섬 전체가 민통선 지역인 만큼 '청정'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

2018년 9월에는 '평화, 통일, 그리고 섬'을 주제로 한 '2.6 영화제'가 열리기도 했다. 인구가 적은 섬에서 영화제가 열린 것은 전국적으로 처음이라고 한다. 영화제 제목에 있는 '2.6'은 교동도와 북한 황해도 연백군 간 최단거리인 2.6㎞를 상징한다. 교동도는 강화도에서 배를 타고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2014년 교동대교가 개통돼 차량으로 편리하게 갈 수 있다.

교동도는 지리적 여건으로 남북평화의 가교가 될 것으로 일찍이 조명받았다. 남측 자본과 북측 노동력을 결합하는 '남북평화산업단지' 조성이 인천시에 의해 구체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 정부 들어 남북 해빙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곧 빛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남북관계가 이상기류를 보이고 있어 평화산업단지 실현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이러한 교동도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무풍지대로 조명받고 있다. 단 한 명의 확진자·유증상자·격리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마스크를 구입하려고 줄을 길게 선 행렬은 찾아볼 수 없었고, 공적 마스크 5부제도 이곳에선 큰 의미가 없었다. 인구가 적은 데다 대부분 농업에 종사해 사회적 거리두기도 자연스레 실천되고 있다.

유일하게 사람이 모여 있다고 할 수 있는 대룡시장도 상인들이 평상시와 다름없이 생업을 이어가고 있다. 육지와는 자못 다른 광경들이다. 다만 봄철을 맞아 관광객들이 제법 찾아오면서 면사무소는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교동도 내 경로당 17곳은 정부 방침에 따라 모두 문을 닫았다. 이 섬에서 경로당은 단순히 노인들의 친목을 도모하는 사랑방이 아니다. 여가활동·건강관리·평생교육 프로그램 등이 진행되는 복합 문화복지 공간이다. 여기 외에는 노인들이 딱히 갈만한 곳이 없다. 이곳 인구 2933명 중 1281명(43.6%)이 노인이다. 노인들은 경로당 문이 열리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