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월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74일만인 4월3일 누적 확진자 수가 1만명을 넘어섰고, 여전히 우리 사회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의 확진자 수는 감소 추세에 있지만 코로나 관련 비상사태를 선포한 나라 수가 유엔 회원국 전체 숫자에 육박하고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소동과 달리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동시다발적으로 괴롭히고 있다.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을 너무 앝잡아 본 탓일까. 코로나19는 일상을 폐쇄적으로 변화시켰다. 국가별로 빗장을 걸어 잠그고, 나라와 지역 안에서도 상호 접촉을 피하고 이동 통제에 나서는 등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전례 없는 조치가 적용되고 있다.

좀처럼 다루기 어려운 바이러스의 등장은 차단과 격리라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일상을 바꿔놨다. 과거 사스와 메르스 사태가 방역체계의 변화를 가져왔다면, 코로나19는 방역은 물론 기업·시장, 사회·문화 전반에서 전환 계기를 마련했다.

집에서 온라인으로 장을 보고, 극장에 가지 않고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영화를 감상한다. 회사 대신 집에서 일하는 직장인이 늘었고, 대면 회의 대신 메신저 회의가 활발히 이용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36년 역사상 처음으로 18만 기업 회원들에게 출퇴근 시차제 실시를 권했다. 학교는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했다.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허기는 온라인 공연·전시로 달랬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어떻게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코로나19가 바꿔놓을 세상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새로운 질서가 도래하면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법이다. 삶과 일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뀌면 자연스레 경제구조와 생활양식이 변화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의 경험은 가정의 사무실화를 확장시키고, 온라인 쇼핑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이용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새롭게 선보인 온라인 공연·전시는 문화예술계의 기술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직장에서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택근무의 경험을 통한 기업문화의 변화는 일과 삶의 조화를 중시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 문화 확산과 맞물려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재택근무·탄력근무 등이 주요 화제로 떠오를 것이다.

우리 사회는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만나지 않아도 일이 된다'는 경험을 했다. 재택근무 경험을 통해 인간관계 중심의 직장 생활을 업무 중심으로 이동시키는 시도를 해봤다. 재택근무는 과도한 업무일지 양산, 일과 생활의 분리 어려움 등의 부정적 측면도 있었지만 업무 효율성 증대 등의 긍정적 평가도 잇따랐다. 향후 연공서열 체계에 있던 직장문화를 자연스레 수평적 문화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지난달 31일 인천일보는 경기도일자리재단 경기광역새일센터와 함께 '일·가정 양립을 넘어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위한 직장문화'를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종식 후 시간의 재배치를 통해 일과 생활의 균형 맞추기가 시도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러 사회적 어려움을 낳았던 코로나19가 재택근무 등 새로운 형태의 노동을 통해 일과 생활의 균형을 테스트해 보는 기회가 됐다는 설명이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기대된다. 기업이 일·생활 균형과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가져오기 위해서는 장시간 근로 관행을 바꾸고 유연근무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한국의 장시간 노동이 결코 높은 노동 생산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OECD 등 여러 기관의 연구 조사를 통해 드러나 왔다.

보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멀어지는 것은 맞다. 그러나 노사간 신뢰가 기저에 깔려있다면 재택근무 등 새로운 근무 형태를 통한 직장문화 개선이 가능하리라 본다. 습관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삶이 달라진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어 내는 우리 일상의 습관과 행동의 변화를 통해 일과 생활의 균형이 잡혀가고 신뢰가 밑바탕이 된 일하는 문화가 조성된다면 삶의 질은 이전보다 높아질 것이다.

박현정 경기본사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