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역사 바꿔온 시민의 힘
우리가 도시를 바꿀 수 있을까? 최성용 지음
동아시아 264쪽, 1만6000원


인천 배다리·서울광장 등 사례 제시

익숙한 환경 만들고 지킨 동력 조명


인천출신의 지은이는 이 책에서 서울의 시청 앞 광장, 인사동과 북촌마을, 인천의 배다리와 부평문화의 거리 등 시민이 도시를 바꾸거나 지켜낸 사례들을 제시하며, 시민이 참여할수록 더 나은 도시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장소는 '광장'이었다.

지금 우리는 광장문화에 익숙해져 광장이 예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느끼지만, 서울의 상징적인 광장인 서울광장이 생긴 것은 2004년의 일이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광장문화를 만끽한 시민들의 요구 덕분에 서울광장이 조성되었는데, 1996년부터 서울 시청 앞에 광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시민들이 있었고 그들이 꾸준히 제안을 하고 문제를 공론화했기 때문에 서울광장이라는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시민들이 요구해서 만들어낸 것은 광장뿐이 아니다.

1984년 지체장애인 김순석 씨는 '도로의 턱을 없애 달라'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996년 12월부터 시작된 장애인 보행권 운동 덕분에 김순석 씨가 돌아가신 지 13년이 지나서 도로의 턱을 없애는 것이 법적으로 명시되었다.

얼마 전까지는 지하도나 육교 근처에는 횡단보도를 만들 수도 없어서 보행약자들은 먼 길을 돌아가야 했다.
이제는 머지않은 곳에서 횡단보도를 찾을 수 있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지하철 엘리베이터와 저상버스도 만들어냈다.

모두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다.

지금은 당연한 것들이지만 시민들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생겨나지 않았을 것들이기도 하다.

배다리마을을 관통하는 도로가 뚫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천 시민들은 배다리마을 지키기 운동을 전개했다.

2006년 배다리마을 지키기 운동이 시작되었는데, 시와의 협상이 난항을 겪던 2017년 10월에는 배다리관통도로 전면 취소를 요구하며 농성 천막이 세워지기도 했다.

자신들의 이해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배다리관통도로를 저지하려 했던 이유는, 배다리마을이 그만큼 소중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역사가 있었고 시민들이 공유한 추억이 있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시민 참여의 사례들은 도시인들에게 매우 익숙하고 일상적인 것들이다.

횡단보도나 지하철 엘리베이터, 놀이터, 공원 등은 매일 동네를 오가면서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이런 것들이 시민의 관심과 참여로 변화해왔고, 알게 모르게 우리는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은 그러한 활동을 위해 투사가 되라고, 열성적인 참여자가 되라고 독려하지는 않는다.

아주 작은 관심, 아주 작은 참여가 도시를 바꾸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의 마지막 구절은, 우리가 꿈꾸는 도시를 만들 수 있는 비법을 제시한다.

"시민은 도시를 바꿀 수 있다. 자신의 삶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부담 느끼지 않고 즐겁게 활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자신이 원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행동하는 시민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나도 딱 그만큼 떼어놓았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