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은 한글인데 ‘未來’는 한자이니 한국은 미래가 없다는 말을 한다. 아마도 우리글 韓字를 잘 몰라서 그럴 것이다. 우리민족이 꿈꾸었던 미래는 여러 형태로 이어져 내려왔다. 미래의 부처는 ‘미륵’이며, 미래를 예시하는 동물은 ‘미르(용・龍)’다. 용은 태평성대와 성인의 탄생을 상징하며, 임금이 세상을 떠나거나 거국적인 큰 사건이 있을 때 나타나는 예지가로서 존재했다.
누구나 마음속에 龍 한 마리가 꿈틀대고 있다. 며칠 후에는 전국 각지에서 龍 300마리가 수면으로 올라올 것이다. 총인구 5178만명 중에서 약 17만2000명당 1명은 ‘현룡’이 되는 것이다. ①잠룡潛龍은 아직 때를 만나지 못한 물속의 용이다. ②현룡見龍은 드디어 땅에 올라온 용이며 ③약룡躍龍은 하늘로 뛰어오르는 용이다. ④비룡飛龍은 하늘을 날 수 있는 용이고 ⑤항룡亢龍은 하늘 꼭대기에 올라간 용이다.
용어분전(龍於糞田) 개똥밭에 인물 난다. 또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4자속담이다. 시원찮은 환경이나 변변찮은 부모에게서 훌륭한 인물이 나는 것을 말한다. 인천의 각 마을 개천에도 잠룡이 살고 있다. 그런데 믿지 못할 사실을 알았다. 4·15총선에서 현룡에 도전하는 30% 정도는 자기 지역구가 아닌 서울 등 다른 곳에 집이 있단다. ‘이부망천離富亡川’과 ‘촌구석’이라는 악몽이 수그러들지도 않았다. 지금이라도 자기네 개똥밭에서 구르던지 시궁창에서 자맥질하던지 하라.
潛 잠 [잠기다 / 자맥질하다]
①여자의 쪽진 머리가 풀어지지 않도록 꽂는 장신구는 비녀(兂잠)다. 또한 ‘섶’이라고도 하는데, 물고기가 모이거나 김이 잘 자라도록 물속에 쌓아 놓은 나무를 말한다. 아울러 ‘누에섶’은 누에가 올라가 고치를 짓게 하려고 차려준 막대기다.
②음식을 이미 잔뜩 먹어 더 이상 먹지 않겠다며 고개를 돌린 모습인 旡(이미 기)는 입 안에 음식이 있어 ‘목이 메다’는 뜻이다.
③兂(비녀 잠)과 旡(이미 기)는 서로 혼용하여 썼는데, 대표적인 글자가 누에의 침을 뜻하는 兓(날카로울 침)이다.
④누에가 아침 일찍부터 날카로운 침(兓)으로 뽕잎(曰) 갉아먹는 글자가 朁(일찍 참)이다. 여기에 구체적으로 벌레들(虫+虫충)을 넣어 蠶(누에 잠)을 만들었다. 서울의 잠실(蠶室)동.
⑤간혹 朁(참)을 替(바꿀 체)로 쓰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이다.
⑥물속(氵수)에 섶(兂+兂잠)을 쌓기 위해서는 물밑으로 잠기게(潛잠)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자맥질하는(潛잠) 수밖에 없다.
龍 룡 [용 / 임금 / 훌륭한 사람]
①16획 제부수 글자인 龍(룡)은 뿔난 머리를 세우고(立) 뱀 같이 생긴 긴 몸(月 육달월)과 4개의 다리(毛)를 가지고 하늘 높이(上) 오르는 동물이다.
②용(龍)을 상서롭게(示시) 여긴 옛 사람들은 龒(용)으로도 썼다.
③약자는 竜(룡)이다. 10획으로 줄었다. 중국에서는 더 간략하게 하여 간체자 龙(룡)을 쓰는데 원래 모양을 전혀 유추할 수 없다.
당락을 떠나 끝까지 인민에게 헌신하여 잠룡潛龍이 잡룡雜龍으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