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사는 어떤 학부모로부터 연락이 왔다. 자녀의 글쓰기에 대한 상담과 지도를 받고 싶다며 설명한다. 너무나 뛰어난 상상력이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본인은 몇 단계를 뛰어넘는 듯한 상상력을 좋게 평가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아이의 글을 보고 걱정을 한다는 것이다. 체계와 형식이 잡혀있지 않다는 비평 때문이다. 학교에 제출하는 숙제들이나 글짓기 대회 등에 나가기 위해서는 틀을 잡아줘야 할 것 같다는 조심스런 시도였다.

물론 글쓰기에는 형식이 있다. 그러나 창의적 상상력이 형식에 우선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자연스럽게 글쓰는 습관을 유지하는게 좋겠다고 답변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전통적으로 3가지 방법을 중요시한다는 점을 일러줬다. 많이 읽고(다독) 많이 생각하고(다사) 많이 쓰라(다작)는 것이다. 거기에는 글쓰기 지도를 받아야 한다는 말은 들어 있지 않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주관적인 지론이지만 스스로 학습을 토대로 향후 첨삭지도는 필요할 수 있다. 형식에 맞춰 쓰기보다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스스로 학습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상상력의 발현이 스토리텔링을 잘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점을 내포한다. 시대의 트렌드가 많이 바뀌었다는 점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시조라는 장르로 분리된 시는 전형적인 자수와 음률을 강조하며 형식을 둔다. 그러나 요즘 시는 톡톡 튀는 내용과 형식의 자유로움이 돋보인다. 우리나라의 고전이나 근대문학은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고증적 가치는 살아있을지언정 그런 책들이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읽히지 않는다. 기성세대 문인들은 당황스러울 수 있다. 새로운 시대 상황을 수용하고 탐구해야 한다. 창의력을 중요시하는 현대인들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만족시킬 수 있는 환타지에 관심이 훨씬 많아졌다. 글은 쓰는 것도 중요 하지만 읽히는 것도 중요한 요지다.

대표적인 환타지는 단연 헤리포터를 꼽을 수 있다. 신드롬을 일으킨 헤리포터 시리즈는 세계인이 열광했다. 현실적 시각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상의 세계가 그토록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점은 과학의 발달이 현실에서 실현되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공상과학으로 여겨졌던 일들이 과학문명의 발달로 점점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상 속의 일들이 현실이 되면서 사람들은 더 새로운 상상을 하게 된다. 호기심을 충족시키기도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가상의 세계가 현실에서 펼쳐지며 상상과 현실이 교차 되고 공감을 자아내는 것이다.

그러한 발달은 형이상학적인 정신의 세계까지도 규명하려 한다. 눈에 보이는 현상 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밝혀내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의 발달은 우리 인간들이 적응하기 힘들 정도다. 눈동자로 인식하기, 지문으로 인식하기를 비롯하여 에너지 파동의 힘과 미립자 힉스에 이르기까지 과학은 놀랍게 진화한다. 보통 사람들의 인지를 넘어서는 상상력은 앞으로 우리의 현실이 될 것이며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 내는 다차원의 세계는 곧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상력이 허구만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마음껏 상상하고 상상을 긍정의 에너지로 키워가자. 나쁨보다는 좋음으로 진화시키자. 앞으로 도래할 우리의 미래가 상상력을 토대로 선의 실현이 되고 긍정의 산물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최영희 시인·송도소식지 주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