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한 지구대 경찰관들이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의심 신고를 받고 고액의 현금 인출 현장에 나갔다가 카드사 직원을 사칭한 사기범에게 속아 의심을 거두고 되돌아가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결국 돈을 인출한 중년 여성은 보이스피싱 조직에 2500만원을 뜯기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7일 인천경찰청과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9시20분쯤 미추홀서 모 지구대 소속 A경사와 B순경은 지역 내 은행 창구 직원으로부터 '고액의 현금을 인출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보이스피싱 예방 차원에서 현장으로 출동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60대 여성 C씨는 삼성카드로부터 받은 대출금을 갚기 위해 2500만원을 찾던 중이었다. C씨는 삼성카드 채권팀과 수차례 통화를 했었고 직접 만나서 현금을 전달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A경사 등은 보이스피싱을 의심하고 C씨에게 삼성카드 대표전화(1588-8700)로 전화를 해보라고 요구했다. 바로 수상한 점이 드러났다. 대표전화임에도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넘어가지 않고 곧바로 누군가와 연결이 된 것이다. A경사 등은 이 부분에 의문을 제기했으나 C씨가 자신의 전화번호가 채권팀에 등록돼 그런 것 같다고 설명하자 더는 묻지 않았다.

경찰관은 채권팀 직원이라고 하는 사람과도 대화를 나눴다. A경사는 그에게 "왜 직접 만나 현금으로 받느냐. 계좌 이체는 안 되냐"고 묻기도 했으나 수화기 너머로 "계좌 이체도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자 보이스피싱 의심을 거뒀다. A경사 등은 C씨에게 "현금을 줄 때 신분증을 확인하고 녹음도 하라"고 당부하며 현장에서 철수했다.

그러나 이후 C씨가 돈을 건넨 대상은 삼성카드 채권팀이 아닌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확인됐다. 현재 이 사건은 남동서에 접수돼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경찰은 이 조직이 C씨 휴대전화에 가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카드사 대표전화 번호가 뜨도록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지구대 간부는 "직원들이 현장에서 보이스피싱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과적으로는 더 세밀하게 챙겼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든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을 전파하겠다"고 밝혔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