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도입 검토에 '범죄자 취급' 우려 목소리

정부가 코로나19 자가 격리자의 무단이탈을 막기 위해 손목밴드(전자팔찌) 도입을 검토하면서 인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손목밴드 착용 의무화가 격리 준수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를 넘어서 자칫 일반 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자가 격리자의 무단이탈을 방지하고자 손목밴드 활용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대다수 국민들이 자가 격리를 잘 지켜주고 있지만 일부 이탈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정부 차원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전국의 자가 격리자는 4만명대로 지금까지 무단이탈 등으로 사법 처리 대상이 된 사람은 `모두 75명으로 집계됐다.

인천에서도 지자체가 자가 격리 지침을 어긴 주민을 상대로 고발 조치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가족으로 밀접 접촉자로 분류됐던 60대 여성은 이달 3일 자가 격리 중이던 40대 아들과 함께 사찰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 빈축을 샀다. 며칠 뒤 이 여성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자가 격리 기간 담배를 사러 집 밖으로 나가는 등 무려 3차례나 무단이탈한 20대 남성도 최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날 0시 기준 인천의 자가 격리자는 2775명이다.

정부가 도입을 검토 중인 손목밴드는 휴대전화용 '자가격리 앱'과 연동해 자가 격리자가 휴대전화와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정부의 중앙모니터링단에 실시간으로 경보음이 울리도록 하는 장치로 알려졌다. 특정 범죄자를 대상으로 전자발찌 착용을 강제하는 제도 역시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지역 법조계에선 손목밴드 도입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존 전자발찌 부착 제도에 비춰볼 때 범죄자도 아닌 시민이 자가 격리 대상에 올랐다는 이유로 24시간 감시 기능을 갖춘 통제적 도구를 강제적으로 착용해야 돼 인권 침해 소지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휴대전화로도 충분히 무단이탈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음에도 손목밴드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자가 격리자를 2주간 구금하려는 목적이 커 보인다"며 "일반 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게 돼 인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