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조벌은 300년 전 굶주린 백성들을 위해 나눔을 실천했던 선조들의 역사적 사실을 가진 들녘으로 13년 전에 처음 이곳, 호조벌에 날아든 철새 모이주기가 계기가 돼 관심을 두기 시작해 '보존하고 가꾸어 후대에 원형이 전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위원회에 참여했고 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습니다."

시흥시에서 활약 중인 시민사회계, 이를테면 농업인·시민단체·각종 기관·전문가(역사 등)·주민자치위원·시민활동가 23명이 모여 호조벌 보존을 위해 '호조벌 가꾸기 시민위원회'를 구성하고 초대 위원장을 맡은 이수용(62·사진) 위원장의 시민위원회 참가 이유다.

호조벌은 16세기 조선 경종 1년에 현재의 포동 걸뚝과 하중동 돌장재의 끝을 연결해 바다를 막아 쌓은 제방(호조방죽)으로 생성된 150만 평 규모의 농지로 조선의 행정 기관인 호조(戶曹) 소속 진휼청에 의해 조성, 관리된 땅이다.

이수용 위원장은 "호조벌은 1721년 바다를 간척해 탄생한 농지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전국적으로 농토가 황폐해져 국가재정이 궁핍해지고 기근으로부터 백성들을 구제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 결과물"이라며 "300년이 지난 지금도 도시의 푸르름이 가득한 천혜의 공간으로 우리 곁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호조벌은 각종 개발 사업에 따른 환경 파괴로 얼룩진 수도권에서 농업환경을 보존하고 있는 희소가치를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인천 등 인근 대도시와의 우수한 접근성을 가진 곳으로 역사적·생태적·문화적으로 가치가 높아 호조벌을 시민들과 현명하게 활용하고 보전해 미래 세대에 전수해야 한다"며 호조벌 가꾸기 시민위원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흥시민들이 이처럼 아끼고 자랑하는 호조벌은 시흥시 미산·은행·안현·매화·도창·금이·물왕·하중·하상·광석동 등 10개의 행정·법정동에 걸쳐 뻗어 있는 483㏊ 2380여 필지에 이르는 대규모 농지다.

호조벌은 당초 벼농사를 짓기 위해 만들어진 순수 논(畓)이지만 세월과 시간이 흐르면서 적잖은 토지의 형질이 변형되거나 바뀌어 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놓여 있다.

이 위원장은 "논을 밭(田)으로 형질을 불법으로 바꾸는 등 본래의 모습을 훼손하는 상황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라며 "이러한 비상한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를 위해 농업인과 소비자들이 서로 연결되고 이를 통해 로컬푸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농업인 스스로 자연환경을 지켜야 하는 동기부여가 되도록 해야 한다"며 "시민위원회가 호조벌에서 발생하고 있는 악재들을 해결하는 역할을 지속해서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시민위원회를 비영리법인으로 전환하는 것도 고민 중"이라며 "이는 호조벌 관련 사업을 추진하면서 산업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수용 위원장은 개인적으로는 지역에서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고 시흥시 경영인연합회 수석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사회적경제와 기업가정신 △공정무역의 역사와 가치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왕성한 강연 활동도 펼치고 있다.

/글·사진 시흥=김신섭 기자 sskim@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