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내항재개발이 십수 년째 지지부진하다. 철옹성 같아 보이던 부평 캠프마켓도 올해 안으로 무려 100년 만에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올해 항만기능이 종료되는 인천 내항은 어인 일인지, 시민들의 출입을 여전히 통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개방한다는 소식이 전혀 들리지 않는다. 국가에서 항만기본계획에 입각해 노후항만인 내항재개발을 법적으로 고시하고, 1·8부두를 1단계 사업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인천 중구 주민들의 노력이 있었다. 그런데, 왜 인천시민들의 공유재가 되어야 할 바다를 시민들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는가?

인천 내항은 1883년 개항한 인천항의 후신으로, 한국 근현대사와 영욕과 함께 한 역사적 장소이다. 잡초가 우거진 인천도호부의 북쪽 갯벌지대를 매립해 조성한 인천항을 통해 온갖 근대 문물과 사람들이 오가면서 조선은 지구촌 세계로 나아갔다. 민중들의 피땀으로 건설한 인천 축항은 이후에도 줄곧 노동자의 고된 노동을 통해 온갖 물자를 실어나르는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입 항구로 자리잡았다. 모두가 함께 일해서 먹고살았던 인천항은 시민 모두의 공간이었다.

1974년 국가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동양 최대의 갑문식도크를 갖추고 조성한 인천 내항 1~8부두는 1970~80년대 고도압축 성장기의 심장지대였다. 국가의 이익을 위해 함께 일하고 먹고살던 인천항과 넘실대는 바다를 시민들은 기꺼이 국가에 내주었던 것이다.

국내 최대 공업지대의 하나였던 경인공업지대를 끼고 서해안 제일의 수출입 전용 무역항으로 운영된 인천 내항은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개항도시 인천이 간직했던 역사와 문화들은 돌볼 틈도 없이 공해도시와 산업도시라는 기능적 도시화로 인해 일그러지고 사라졌다.

인천 내항을 통해 오고 갔던 고철과 목재, 온갖 잡화물들로 인하여 개항 이래의 역사를 간직해온 중구 일대는 뽀얀 먼지로 뒤덮였고 항만의 소비·유흥지대로 겨우 숨 쉬다가 인천의 도심마저 이동하면서 오랫동안 구도심이라는 오명을 얻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21세기에 접어들어 세계 해운·항만의 추세가 대형 컨테이너선과 크루즈선 중심으로 재편돼 경쟁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갑문을 통해 비용과 시간을 들여 입출하 해야 하는 인천 내항의 기능은 쇠퇴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국가에서도 이를 미리 내다보고 전국항만계획과 인천항기본계획 등을 통해 인천 내항의 기능을 송도신항과 북항, 남항 등으로 이전하는 기능재배치를 오래 전부터 추진해왔다. 인천항뿐만 아니라 부산항, 광양항, 평택항 등 전국의 국제항들이 모두 세계 해운·항만의 변화에 맞춰 항만을 경쟁적으로 재구조화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에서 안타깝게도 인천항 전체가 뒤처지고 있다. 한때 인천항과 경쟁상대였던 부산항은 1990년대 중반에 포화상태인 재래항만인 북항을 대체해 부산의 서쪽 끝에 새롭게 건설된 컨테이너 신항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2006년에 3선석을 준공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에 23선석이 가동중이며 45선석을 목표로 건설이 한창이다. 부산신항을 건설하는 것과 동시에 부산 지역사회는 원도심에 위치한 북항재개발에 착수해 중앙정부로부터 국비를 대거 확보하면서 초량동과 수정동 일대를 개발하는 북항재개발 1단계사업을 2019년 완료했다.

그런데 지금 인천항은 어떤가? 인천 신항은 불과 6개 선석이 완공되었을 뿐이다. 해양수산부가 올해 1월 발표한 2019년 항만 물동량에서 인천항은 부산항과 광양항, 울산항에 크게 뒤처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평택·당진항에 쫓기고 있다. 비컨테이너 화물처리에서는 평택·당진항과 대산항에도 밀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인천 신항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고 항만의 기능재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한때 인천경제의 30%를 차지했다고 회고되는 인천항 전체는 더욱 침체될 것이 분명하다.

이제는 물자 중심의 산업항만이었던 인천 내항으로 인해 희생을 당한 중구 지역주민들과 인천시민들, 그리고 바다라는 공공재를 향유해야 할 수도권 국민들에게 인천 내항을 오픈 스페이스로 온전히 돌려줘야 한다. 즉 인천 내항의 항만기능을 시급히 송도신항과 북항, 남항 등으로 이전하고 내항은 개항장 원도심과 연결되는 사람 중심의 친수해양복합공간으로 조성하는 내항재개발이 시급하다.

이희환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