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회 계류.산업안전보건법은 기대 못 미쳐
산재원인 외주화 막을 방법없어

청년노동자 김태규씨의 안타까운 사망사고 이후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다치거나 숨지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산재 사고가 난 기업에 책임을 묻는 관련 법안이 수년째 국회에 계류돼 있다.

지난해 12월5일 오후 2시19분쯤 성남 분당서울대병원 주차장에서 조경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맨홀 뚜껑이 파손되면서 18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10월4일 오후 2시쯤 용인 기흥구 한 지식산업센터 신축현장 8층에서 거푸집을 지지하는 지주인 시스템 동바리를 해체하던 중 추락했다.

2월11일에는 여주 KCC 여주공장에서 대형 판유리를 적재하던 노동자가 유리판에 깔려 사망했다.

이 사고 모두 작업장 안전관리가 허술해 발생했다. 도내 곳곳에서 이와 같은 사고가 수두룩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게 민주노총 경기본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노총 경기본부 관계자는 2019년 도내 산재 사고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2018년 한정애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강서구병)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중대 재해 사고 현황을 보면 도내 고층 건물에서 떨어지거나, 건물이 무너져 또는 불이 나는 사고가 183번 나 215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쳤다.

중대 재해는 ▲노동자 1명 이상 사망 ▲전치 3개월 이상 부상자 2명 이상 발생 ▲10명 이상 동시 부상 등이 발생한 사고다.

이처럼 사고가 꼬리를 물지만 사업주에게 책임성을 부여해 비정규노동자를 보호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이 같은 근거가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2017년부터 국회에 계류 중이고 2018년 개정한 산업안전보건법만으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안전조치와 보건조치 등을 위반해 사상자를 내면 형사처벌과 해당 법인에도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발의된 이후 3년 가까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 1월15일부터 시행한 산업안전보건법도 그동안 노동자 등 시민단체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이 법은 김용균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개정안은 원청 사업주가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할 경우 처벌 수준을 기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높였다. 또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문제는 처벌 수위가 대부분 '이하'라는 점이다. 가령 사망사고가 났어도 법원이 기업에 1년을 선고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동자들은 그동안 '징역 1년 이상'과 같은 하한형 적용을 요구해 왔다.

더욱이 산재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위험의 외주화도 막을 수 없다. 도금작업과 수은·납·카드뮴 가공 작업 등 위험 작업 등만 한정적으로 도급을 주면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산재 사고는 공사 현장부터 여러 장소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본다면 도금 등만 막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셈이다.

민주노총 경기본부 관계자는 "하청노동자를 부품처럼 쓰고 버리는 한국 사회 전체가 주범"이라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법을 제정해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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