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책임자 엄벌·노동자 안전 개선요구 귀 기울여야"
1년 전 수원에서 발생한 청년노동자 김태규씨의 안타까운 산재 사망사고 이후에도 도내 현장노동자들은 여전히 위험이라는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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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위험이 큰 노동을 전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떠맡으면서 안전관리가 허술해지는 구조, 즉 '위험의 외주화'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10일 오전 8시20분쯤 수원 고색동 한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고 김태규(25)씨가 5층 높이에서 추락해 숨졌다.
엘리베이터에 폐자재를 싣고 정리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닫혀 있어야 할 양쪽 문이 열려있으면서 떨어진 것이다.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기 시작한 지 3일 만이다. 당시 김씨는 안전화 등 안전 장비 지급뿐 아니라 교육조차 받지 못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사업주가 산업재해를 예방하려는 안전조치 등을 하지 않았을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2020년 개정안 시행 이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그러나 건축주, 시공사, 현장소장 등 처벌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혐의를 받는 건축주와 시공사 대표 등 8명 모두 검찰에서 불기소처분 받았다.
민주노총 경기본부가 지난 1월 검찰 불기소 결정에 불복해 낸 항고장을 보면 건축주는 검찰에 공사 현장을 관리·감독을 시공사에 맡겼다고 했다.
또 김씨가 추락한 승강기를 운행한 사실이나, 안전조치 없이 노동자들이 일하는 점조차 몰랐다고 부인했다.
시공사 대표 등은 공사 현장의 책임자가 아니고 직접 관여한 사실이 없어 증거불충분으로, 김씨를 고용한 인력사무소 대표는 안전교육을 담당할 의무는 없는 것으로 판단해 불기소했다.
현재 민주노총 경기본부가 항고장을 낸 지 3달 가까이 지나도록 재판 기일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경기본부 등 40여개 도내 시민단체는 이날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 열고 시공사 등 현장 담당자 엄벌을 검찰에 요구했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와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 등의 제정이 멈춘 상황에서 현장 담당자의 책임을 물어야만 안전관리 허술로 반복되는 산재 사고를 근절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노총 경기본부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 규정을 무시하는 사내 정책이 경영이라는 이름으로 지속하고 있다"며 "현장 안전 문제에 대한 노동자 개선요구에 귀조차 기울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자는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노동자 죽음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김태규 청년 산재 사망 책임자에 대한 엄중 처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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