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위해 어떻게든 바꿔야"
시 집념이 엄청난 개선 성과
민원 현장 '소통박스' 만들어
의견 수렴 넘어 '현안의 장'
도로교통사업소 '선진 행정'
중고차 온라인 이전 등록
'무방문 무서류'로 불편 해소
수원 생활권 용인 영덕동
행정구역 경계 조정 이례적
팔달경찰서 신축 행정 지원
꼼꼼 토지보상·임대 알선
주말반납·야근 정성에 감동
▲ 염태영 수원시장이 지난해 10월 수원-용인 행정구역 경계조정으로 자녀의 통학 안전 우려 등이 해소된 아파트 주민들이 초청한 단지 내 행사장에서 환호하는 주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제공=수원시


수원시는 인구 120만명에 달하는 대도시다. 공무원 1인당 주민 수는 352명에 이른다.
그만큼 들여다봐야 할 주민 민원 등이 수두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는 시민의 편익을 향상하기 위한 고민을 멈추지 않고, 실행에도 노력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게 '적극행정'이다.
규정 등 갖춰진 틀을 벗어나서도 노력한다는 의미다.
수원이 낳아온 적극행정 사례와 향후 계획 등을 알아보자.
 

# '너무 많은' 적극행정, 규제해소까지 발판

수원시의 적극행정은 당장 집계가 어려울 정도로 무수히 많다.

여태 알려진 내용만 보면 우선 2015년 산업단지 조성시기에서 불거진 관리권한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있다.

당시 산업단지는 도와 시가 지정권, 관리권을 각각 맡고 있었다.

입주기업으로서는 민원처리 등에 불편을 느껴야 했다.

하지만 법령 등이 엮여 시의 직접 해결이 어려웠다.

이에 시는 그해 1월부터 국토교통부, 산업통산자원부 등을 찾아 방안을 강구했다.

법령개정까지 논의됐다가 관계기관이 일원화가 가능하다고 통보하면서 각 권한을 시로 통합시켰다.

'수원-용인 행정구역 경계조정'도 이례적이다.

'U자' 형태로 용인 영덕동은 수원 생활권이지만, 1994년 행정구역이 용인시에 포함됐다.

초등학생들이 100m 남짓한 거리의 학교를 두고, 왕복 10차선 도로를 건너 총 1.19㎞ 떨어진 학교로 통학해야 하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주민들은 2012년 행정구역을 용인에서 수원으로 옮겨달라고 민원을 제기했으나, 용인시가 거부했고 도의 중재도 실패해 난항을 거듭했다.

주민이 사는 지역에 대한 경계조정은 우리나라에 법령도, 사례도 일체 없어 중앙부처도 나서지 않았다.

반면 시는 끝까지 용인시와 관계부처에 접촉해 2019년 성공까지 이끌었다.

시의 '소통박스'는 적극행정을 펴겠다는 의지와 같다.

시는 정책과 사업이 관계된 해당 지역현장에 시민이 정보를 접하고 평가하는 등의 부스를 설치하고 있다.

주민의 관심사를 파악해 정책 등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갈등요인도 사전에 발굴, 예방할 수 있다는 효과도 있다.
이는 주민들의 새로운 공간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장다리로 걷고 싶은 거리 조성사업', '트램 사업' 등에 운영된 소통박스는 당초 의견수렴 수준의 목적을 넘어서 현재 주민들이 지역의 다양한 현안을 다루는 장이됐다.

뿐만 아니라 ▲버려지는 물 환경용수 재사용 ▲기업부설 연구소 설립요건 완화 ▲기초단체 역학조사관 채용 근거마련 ▲드론 직접생산 확인기준 완화 등 수많은 개선 사례가 있다.

모두 법령개정이나 관계기관·단체와의 협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민생을 위해 어떻게든 바꿔야만 한다'는 시 특유의 집념이 만든 결과물이다.

한장수 법무담당관은 "주민의 편익을 향상하는 발판이 적극행정"이라며 "앞으로 직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 인센티브 제도 등으로 적극행정 문화가 정착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묵묵한 적극행정도


수원시 적극행정은 법령개정 등 엄청난 성과를 이루면서 주목받은 경우가 많다.

특별한 배경이 없으면 크게 알려지지 않기도 하다.

지금도 어디선가 묵묵히 적극행정을 펴고 있다.

시 도로교통관리사업소는 조직 안에서도 '민원(자동차신규등록·이전 등)처리량'이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힌다.

2019년 수원시 전체 자동차등록민원처리 건수는 183만건에 달했다.

이는 경기도에서 최대 규모다. 매일 평균 1000여명의 민원인이 찾아오고, 8000여건의 민원이 제기된다.

직원(총 31명) 한명 당 하루 260건 정도 처리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자동차등록(신규·이전), 압류, 등록원부, 등록증, 건설기계등록 등이다.

수원시 자동차등록건수는 2019년 기준 50만7939대인데, 인구가 비슷한 성남·고양·용인 보다 높은 수치다.

민원이 많으면 민원인도 장시간 대기 등 불편이 있다.

사업소는 이에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민원을 해결할까?'를 고민, 새로운 접근법을 실행했다.

대표적인 게 2018년 1월 전국 최초로 도입한 '온라인 이전 등록 시스템'이다.

중고차매매업체에서 전자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본인인증을 거치면 자동차 이전등록까지 가능하다.

당초 중고차 거래를 하는 민원인이 서류를 들고 사업소에 직접 찾아왔어야 했는데, 그 과정 자체를 없앤 것. '무(無)방문', '무서류' 방식이다.

사업소의 결정만으로는 불가능했다. 매매업체와 꾸준한 교류와 협의를 거쳤다.

해당 시스템은 198개 매매업체 중 무려 95%가 참여했다.

민원 중 42%는 이 방식으로 완료된다.

사업소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고색동 일원에 전국 최대 자동차 복합단지 ㈜도이치오토월드와 SK V1 Motors가 오는 4~5월 오픈하는 것을 대비, '현장민원'을 계획했다.

도이치는 건축연면적 27만5040㎡의 전시대수 1만794대와 SK는 연면적 19만9379㎡와 전시대수 8753대로 158개 매매상사가 입주한다.

매매단지는 불과 2km 거리에 위치해있지만 사업소는 폭증한 민원을 수월히 처리할 수 있도록, 단지 내 출장소를 설치할 방침이다. 도이치 11명, SK 9명 총 20명의 직원을 배치한다.

앞으로 방문→매매→등록까지 가는 '원스톱'이 실시돼 민원인의 불편이 줄어들 전망이다.

사업소의 적극행정은 널리 소문이 퍼져 타 지자체가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이범식 도로교통관리사업소장은 "우리 직원들은 민원이 많고 복잡할수록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려 했다"며 "선진적 행정의 사례를 남기겠다"고 말했다.

시 화성사업소는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인 수원화성을 관리하는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팔달경찰서 신축사업'이란 과제를 도맡아 하고 있다.

앞서 2018년 사업소는 팔달경찰서 신축에 필요한 경찰이 담당하는 행정절차 중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이라면 단순 절차만 밟을 것 같지만, 내면에는 '적극행정'이 숨어있었다.

사실 사업부지인 지동은 주민 대부분이 30~40년을 거주하고, 노령 나이가 많아 집을 떠나는 일이 쉽지 않은 장소다. 실제 사업초기 반발하는 주민도 나왔다.

주민들의 하소연을 접한 사업소는 TF를 구성, 도시계획시설을 결정하기 전인 지난해 4월부터 주민대표와 주요사항을 협의했다. 개별로 가정방문도 해 절차 및 권리를 알렸다.

평일과 주간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맞벌이 가정에는 직원들이 야근과 주말까지 반납해가며 찾아가 설명했다.

'현장에서 들어야 주민들을 도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과정에서 집을 구하기 힘든 주거취약계층도 도울 수 있었다.

직원들의 안내로 세입자 3가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세 3분의 1 수준으로 운영하는 장기임대주택을 얻었다.

보통 지자체의 공공사업 내 토지보상 절차는 형식적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사업소는 현장조사에도 최대한 보상을 해주기 위해 노령의 주민들이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직접 체크했다.

사업소 직원들이 작성한 현장조사서를 보면 옥상에 있는 개집이나 화분 하나 옮기는 것 까지 반영돼 있다.

동네가 그리울 것 같은 주민들을 위해 전경사진을 담아 주려는 노력도 했다.

이 부분은 아쉽게도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는 유권해석에 실행은 못했다.

사업소의 적극행정은 이주를 꺼리는 주민들의 마음을 여는데 기여했다는 평이다.

현재 팔달서 사업구역에 편입된 토지 총 100필지 중, 지난해 11월 보상시작 이후 토지보상률은 80%에 달한다.

4개월이란 짧은 기간은 강제성이 아닌 주민에게 이해를 구해 달성했다.

직원들은 "너무 고맙다"는 일부 주민들의 칭찬을 받고도 웃지 못하고 있다.

미보상 등 주민들이 걱정돼서다.

최준호 화성사업소장은 "직원들이 현장을 다니며 주민들을 많이 만날수록 업무도 가중됐지만, 최적의 대안을 찾고야 말겠다는 심정으로 불철주야 움직였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