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희롱하는 자들의 인생은 허탈

 

▲ 겉으로는 받드는(공) 척하며 왕(王)을 가지고 노는 글자가 弄(희롱할 롱)이다. /그림=소헌

 

“n번방은 감방으로!”를 외치며 500만명이 넘는 민중이 일어섰다. 아니다. 어찌 보면 ‘n번방’이 감방이며 노예방이다. 그 방을 만들고 동조한 자들이 있어야 할 그곳에 선량한 이들이 갇혀서 신음하고 있었던 것이다. 알몸을 한 어린 여성들의 몸에는 ‘노예’라는 글씨가 선명했다. 소녀들은 악마들로부터 성性 고문과 착취를 당했다.

​호환마마(虎患媽媽)보다 무서운 건 음란물이다. 1만명 가까이 감염시킨 코로나19 때문에 나라는 한순간에 황폐荒弊해졌다. 하물며 26만명 이상 모여서 잔혹하기 짝이 없는 성범죄를 저질렀다니, 이 사회에서 하루라도 빨리 그들을 솎아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변종 음란물’로 인해 어린 자녀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이 나라는 쑥대밭이 될 것이다.

이우대계(以牛代鷄) 소로써 닭을 대신한다. ‘닭 잡아 겪을 나그네 소 잡아 겪는다’는 4자속담이다. 닭 한 마리면 대접할 수 있는 손님인데 소를 잡아 접대하게 되었으니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처음에 소홀히 함으로써 오히려 일이 점점 어렵게 되는 것을 비유하였다. ‘성희롱’은 성性과 관련된 수치스런 말과 행동으로 불쾌감이나 굴욕감을 주는 행위다. 바이러스로 따지면 성범죄를 이루는 진원지라고 하겠다. 지금까지 디지털 성범죄는 솜방망이 처벌을 넘어 ‘면봉 처벌’로 각인되었다. 이제라도 일벌백계(一罰百戒)하자.

 

戲(戱) 희 [놀다 / 연극하다 / 희롱하다]

①진흙으로 구워서 질그릇(䖒희)을 만든다. 백수의 왕 호랑이(虍호) 정도가 돼야 음식을 그릇(豆두)에 담아 먹을 수 있다.

②䖒(희)는 호랑이문양(虍)이 들어간 솥(豆)이다. 전투에 나가기 전에 병사들은 사기를 높이려고 배불리 먹고 창(戈과)을 들어 춤추곤(戲희) 하였다.

③훗날 戲(희)를 잘못 읽은 사람들은 戱(희)로도 썼다. 남을 희롱하는 자들의 인생은 허탈(虛허) 뿐이다.

④戲/戱는 창(戈)을 쥔 손(又)만 남겨 간략하게 戏(희)로 쓴다.

 

弄​ 롱 [가지고 놀다 / 농지거리하다]

①玉(옥)을 부수로 쓸 때 王(옥)이 되는데 외관상 王(왕)과 차이가 없다.

②弄(롱)은 구슬(玉옥)을 엮어 만든 노리개를 두 손(廾공)에 올려놓고 노는 모습이다. 또는 받드는(廾공) 척하며 왕(王)을 가지고 노는 형국을 말한다.

③희롱(戲弄)은 말이나 행동으로 놀리거나 손아귀에서 제멋대로 놀리는 것으로 한 글자로는 嬲(희롱할 요)가 된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약 6만명이 들어간다는데, 네 배가 넘는 인원이 ‘n번방 사태’를 창궐하였다. 가장 먼저 할 일이 있다. 모든 가입자들의 명단과 동선을 공개하라. 그럼으로써 조주빈처럼 가면을 쓴 위선자를 밝혀내자. 단순 참여자나 방관자라는 명목으로 용서해서는 안 된다.

역대 최저 법안처리율을 기록한 20대 국회의원들은 들을지어다. 그대들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반드시 ‘n번방 방지법’을 만들어라. 총선이 2주 남았다. 우연인가? 코로나바이러스 잠복기간과 같다. 음란바이러스를 박멸할 수 있는 기회다. 그 일을 마치기 전에는 4·15총선에는 얼씬거리지도 말지어다.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