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검역·통제 속 격리 시설로…"대한민국 자랑스러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최대 피해국인 이탈리아에서 우리 국민을 태우고 출발한 전세기가 1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현지에서 극도로 긴장했던 승객들은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교민, 유학생, 현지 한국기업 주재원 등 우리 국민 309명을 태우고 이탈리아 밀라노 공항을 출발한 대한항공 9928편(보잉747) 비행기는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 231번 게이트에는 항공기가 도착하기 전부터 검역관, 경찰, 공항 공사 관계자 등이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미리 대기했다.

특히 탑승객들을 공항 출구까지 안내할 경찰관 등은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 N95 마스크와 고글, 전신 방호구를 착용했다.

비행기에서 내린 탑승객들도 빠짐없이 마스크와 고글, 위생장갑 등으로 자신을 철저히 보호했다.

이들은 내리는 즉시 발열·호흡기 증상 유무를 확인받았고, 경찰관의 안내를 받으며 입국심사를 통과했다.

이들의 동선은 다른 승객과 섞이지 않도록 철저히 통제됐다. 용변을 보고 싶어하는 승객도 지정된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공항의 입국장 출구에서 터미널 외부의 버스로 향하는 길목도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철저히 통제했다.

엄격한 검역과 격리의 대상이 됐지만 이들의 표정에는 안도감이 느껴졌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다 귀국한 이모(64)씨는 "이탈리아에서는 코로나19로 '죽었다'고 하지 않고 '희생됐다'고 하는데, 희생된 분들 상당수가 내가 살던 지역에서 나왔다"며 현지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탈리아는 요새 자국민을 치료하기에도 병상이 부족한데, 우리는 외국인이어서 만약 감염된다면 치료받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가장 컸다"며 "이탈리아에서 인천까지 편도 200만원이 조금 넘는 비행기표지만 몸에 이상 있을 때 병원에 갈 수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좋다"고 말했다.

5살 아들과 함께 귀국한 김씨, 홍씨 부부는 "처음에는 민간에서 전세기를 추진하다가 안 된 것으로 안다"며 "각국 공항을 주선하고 몇백명을 태우고 하며 이렇게 움직이는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 국력이 힘이더라"라고 정부에 고마움을 전했다.

홍씨는 "집에만 있었지만 종일 밖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며 "지인은 어머님이 코로나19로 돌아가셨는데 시신을 병원으로 모시지 못해서 방 안에서 사흘이나 같이 있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유학 중에 귀국했다는 20대 학생은 "우리 국민들이 국내에서 그동안 자가격리 수칙을 잘 지켜온 것을 알고 있다"며 "당연히 정부의 수칙을 이해한다. 임시생활 시설에서도 방침을 잘 따를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전세기를 타고 귀국한 우리 국민들은 강원도 평창의 한 숙소에서 14일간 격리된다. 전세기에는 탑승 당시 발열 등이 감지된 의심증 상자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의심증상이 확인된 경우 국립인천공항검역소의 격리시설에 격리된다.

이날 전세기는 정부가 이탈리아 교민 등 수송을 위해 마련한 2대 가운데 첫 번째 비행기였다. 2차 전세기는 약 150명을 태우고 2일 오후 4시께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