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버 사이트 '불법영상'은 지울 수도 처벌할 수도 없다
해외서버 사이트 '불법영상'은 지울 수도 처벌할 수도 없다
  • 박범준
  • 승인 2020.03.31 21:18
  • 수정 2020.03.31 2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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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영상 삭제 3배 늘었지만
국외는 강제 못해 고통 가중
법 개정·수사협력 강화 시급

여성들의 성착취 영상을 제작·유포·판매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디지털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한국인 여성 얼굴이 그대로 드러난 불법 영상물이 인터넷상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31일 일본의 유명 동영상 플랫폼을 확인한 결과, '한국의 문신 남자와 귀여운 여자'란 일본어 제목의 10여분짜리 성관계 동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영상 속 남성은 여자친구로 보이는 여성에게 험한 말로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성폭행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도 보였다. 해당 영상물 조회수는 60만여회를 훌쩍 넘어섰다.


일본 등 해외 음란물을 주로 다루는 이 플랫폼은 조회수를 바탕으로 주간·월간·연간 순위를 집계한 뒤 상위 100개 영상을 주기적으로 노출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특히 영상 속 남녀가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영상물은 셀 수 없이 많았다. 대다수가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 리벤지 포르노(헤어진 연인에게 복수하려고 인터넷에 유포한 성관계 영상)란 의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다수의 국내 성인 사이트에서도 리벤지 포르노와 몰래카메라 영상 등 불법 영상물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지난해 말 발간한 '2019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영상물 삭제를 지원한 건수는 9만338건(8213명)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불법 콘텐츠를 유통·판매하는 성인 사이트에서만 2만5105건(27.8%)이 삭제됐다.

그러나 일본 동영상 플랫폼처럼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들이 영상물 삭제 및 처벌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피해자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관계자는 "국내 사업자에게는 정보통신망법과 성폭력처벌법을 토대로 영상물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반면,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엔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관련법을 개정하는 동시에 해외 수사기관과 협력 체계를 강화해 피해 영상물을 신속히 차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인천경찰청은 최근 사이버안전·여청·청문·홍보 기능으로 구성된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단'을 발족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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