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일보와 인터뷰한 경기도내 만 18세 유권자들. 김세준 정새나 박제민 송혜주(이상 위 줄 왼쪽부터). 장이슬 심성현 최원서 오동민(이상 아래 줄 왼쪽부터)

 

오는 4·15 총선에서 첫 선거권을 행사하는 2002년생 송혜주씨는 김포갑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는 투표용지에 무효표를 던지고 비례대표에만 투표할 예정이다. 현재 김주영(민주당)·박진호(통합당)·유영록(무소속) 후보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에 대해 알고 있는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송 씨는 "그동안 남양주에 쭉 살다가 지난 2016년 김포시로 이사 왔습니다. 어느새 4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김포시에 대해 모르는 것 투성이에요. 그러다 보니 누군지 잘 모르는 후보를 함부로 선택하기가 참 어렵더라고요. 물론 남은 시간 후보에 대해 열심히 알아볼 계획이지만, 지금까지의 생각은 (국회의원 투표용지에는) 기표를 안 할 것 같습니다."

송 씨처럼 다가올 선거에서 새로 선거권을 갖게 된 경기도내 고등학생은 약 3만5000명으로 추산된다. 총선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른 이들 중 8명을 만나 '내가 꿈꾸고 바라는 정치'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에게 먼저 만 18세로 늘어난 선거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설렌다', '현실이 될 줄 몰랐다', '놀랍다',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많다' 등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용호고등학교에 다니는 장이슬씨는 "예전에 학교에서 '선거권 확대'라는 주제로 토론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만 해도 가정에 불과했는데 정말 현실이 돼 신기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색고등학교에 다니는 박제민씨 역시 "만 18세 선거권자는 학생들을 대변하는 선거권자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국회의원 후보들이 학생 표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됐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올바른 투표를 해야겠다는 부담감도 생겼습니다"고 덧붙였다.

하루빨리 투표소에 가보고 싶다는 설렘의 목소리도 나왔다. 송혜주씨는 "남들과 달리 이른 나이에 투표를 하게 된 거잖아요. 투표소를 한 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어떻게 생겼는지 기대되고 무척이나 설레요. 가끔은 빨리 4월15일이 와서 투표를 하고 싶다는 마음도 듭니다"고 말했다.

이처럼 '첫 선거'란 부푼 설렘을 안고 있는 이들이 투표를 통해 꿈꾸는 정치는 무엇일까. 미디어를 통해 국회의원 간 다툼 등 부정적인 모습을 많이 봤다는 김세준씨는 '깨끗하고 거짓 없는 정치'를 요구했다. 그는 "국회의원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 국회의원들이 욕하고 싸우는 모습을 영상으로 봤다. 이제는 이런 모습은 지양하고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논의하는 등의 모습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선거에 집중하기보단 코로나19로 개학이 미뤄져 피해를 보는 학생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할 때"라고 주장했다. 오동민씨는 "주민 목소리에 귀 기울여 듣는 국회의원을 만나고 싶어요. 저 같은 경우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거든요. 이에 다양한 직업을 체험해볼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그런 국회의원을 보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실제 대학 입학을 앞둔 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이었다. 이에 21대 국회의원들에게 청년 취업 및 진로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심성현씨는 "제 꿈은 군인입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여자다 보니 남자 군인과 (신체 능력에 있어) 비교를 당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걱정이 있어요. 저 역시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할 계획이지만, 만약 취업 문제에 힘을 쓰는 국회의원이 있다면 자신 있게 표를 던질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정새나씨는 "코로나19로 모든 시험 등이 미뤄지는 추세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으로서 대학 입시에 대한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며 "이럴 때일수록 자신이 돋보이고자 보여주기식 정치를 하는 국회의원 대신, 정말로 국민을 위하고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힘써줄 인물이 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거 부적절한 모습을 보인 국회의원에 대한 심판을 하고 싶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원서씨는 "정의당 비례대표 1번인 류호정 후보가 과거 '대리 게임'을 했다는 사실을 듣고 분노했다"며 "가장 좋아하는 취미가 게임인 만큼 게임 문화에 먹칠한 후보가 국회의원이 된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꼭 투표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며서 "이 밖에 전과가 많은 후보들은 아무리 공약이 좋더라도 사람 자체를 믿을 수가 없어 전혀 뽑고 싶지 않다. 이에 후보들의 전과 이력 등을 찾아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만 18세 선거권 확대에 따른 부정적인 인식은 투표율을 통해 스스로 깨자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투표를 하기엔 너무 어리고 부정적인 결과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말도 하지만 고작 1살 낮춘 거잖아요. 게다가 어른들만 투표했을 땐, 항상 좋은 결과만 나온 것도 아니고요. 선거권 확대는 되레 정치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 유발 등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정새나)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선거연령이 19세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권 확대는 학생들에게 큰 기회이자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꼭 많은 학생들이 투표를 해 정치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표출했으면 좋겠습니다."(김세준)


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다가올 선거가 우리나라 정치를 바꿀 수 있느냐는 질문에 8명 모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박제민씨는 "현재 우리나라 정치는 위상 높이기에 머무르는 것 같아요. 물론 우리나라 위상이 높은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내부 상황을 인식하고 개혁을 위한 노력이 더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선거에 참여한다면 제가 원하는 '실천적인 정치'가 실현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고 했다. 장이슬씨는 "사실 국회의원하면 떠오르는 단어에 대해 물어보면 '비리' 등 대부분 부정적인 게 많잖아요. 이런 인식을 깨려면 투표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생각해요.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투표를 통해 더는 비리가 아닌 '정의'가 떠오르는 국회가 구성됐으면 좋겠습니다"고 말했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