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크라상 품질관리사 → 영업직 발령
노동자 "평생 일한 사람 자회사에 버린 꼴"…사직 속출

 

A씨는 불과 나흘 전까지 30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는 식품을 주력으로 하는 대기업으로 유명한 'SPC그룹(파리크라상)'에 근무하는 QSV(품질관리사)다.

16년을 경기남부권역 파리바게트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일하기 어려울 처지다. 기존과 상반되는 직무로 발령이 났기 때문이다.

자회사의 업무로 바뀌면서 혼란스러운 마당에 회사는 '영업 및 지원'이라는 인사공고 안 내용 말고 아무런 말도 없다. 마치 직장이 있어도 일거리는 없는 '떠돌이'처럼 됐다.

2년 전 '제빵기사 불법파견'으로 사회적 질타를 받은 SPC그룹에서 최근 전례 없는 인사조치가 벌어져 대규모 노동자들이 떠돌이 신세에 내몰리고 있다. ▶관련기사 19면

노동자들의 보직을 전부 박탈하는 격이고 수십년 유지한 조직체계와도 맞지 않은 결과다. 노동권 침해 문제로 과태료 처분까지 받은 전력이 있는 기업이라 논란이 적지 않다.

31일 파리크라상 노동자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SPC그룹은 파리크라상 품질경영실 소속 직원 250여명에 대해 '피비파트너즈' 지역사업부 보직으로 옮기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들 대부분은 QSV로, 관리직에 가깝다. '슈퍼바이저'로도 불린다. 가맹점에게 경영노하우를 제공하고, 현장에서 식품·위생·시설·서비스 관리 및 교육도 한다. 프랜차이즈 시스템에서는 필수직으로 꼽힌다. 인사로 인해 QSV는 해체됐다. 앞으로 파리바게트 점포에서 지원기사(제빵 등)를 하거나 판매 영업을 해야 한다.

파리크라상이 지분 51%를 가진 피비파트너즈 업무이다. 많은 노동자를 한꺼번에 관계성이 떨어진 직무, 자회사 업무와 겹치도록 보내는 경우는 기업 생태계에서 드물다.

인사 대상에 오른 노동자들의 근속연수는 대부분 10년이 넘는다. 수원·용인·화성·성남·안양·평택 등 경기지역에 30% 비중 인원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과 파리크라상은 오래전부터 5~7년 정도 점포기사, 지원기사로 근무한 노동자에게 QSV를 맡도록 했다. 자격증 취득, 시험(필기·실기) 통과 등 조건도 있었다.

인사에서 받은 새 보직인 지원기사는 규정상 빠르면 1년 정도 근무하면 받을 수 있었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그간 노력과 시간이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도내 노동자 A씨는 "회사가 어려워도 거의 평생 일한 사람들을 이제 자회사로 내다 버린 격"이라며 "줄곧 유지했던 조직체계와 전혀 맞지도 않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SPC그룹, 파리크라상 모두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조직 구성은커녕 근무와 관련한 가이드라인도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노동자들은 결국 QSV보직을 잃었음에도 새로운 근무처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떠돌이 신세'가 됐다. 급변한 상황 탓에 사직하는 노동자도 속출하고 있다.

SPC그룹은 노동자 '상생'을 경영방침으로 여긴다. 그러나 2017년 파리바게트 제빵기사 5300여명에 대한 불법파견 문제로 162억여원에 달하는 과태료 처분을 받는 등 물의를 빚은 바 있다.

SPC 측은 본보의 수차례 취재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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