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작가회의(한국작가회의 인천지회) 소속 문인들이 n번방 성 착취 사건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에 진상조사와 관련자를 엄중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인천작가회의(회장 손병걸)는 31일 긴급 성명을 통해 “인간의 탈을 쓰고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n번방 범죄자에 대한 수사가 미온적으로 진행될 때 우리는 인간에 대한 존엄을 파괴하는 끔찍한 행위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며 “인본적 삶을 바탕으로 창작활동을 하는 우리 인천작가회의 소속 작가들은 성 착취물 피해자들과 강력히 연대해 나갈 것이며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


<n번방 성 착취 사건 규탄 성명서>


n번방 사건이란 메신저 앱 ‘텔레그램’을 이용한 대규모 성범죄 사건이다. SNS나 채팅앱을 통해 여성을 유인, 협박해서 스스로 성 착취물을 만들게 하고 이 영상을 유료회원에게 제공한 것이다. 가해자들은 텔레그램을 이용해서 1~8번방(일명 n번방) 및 거기에서 파생한 ‘박사방’ 들을 만들어 성 착취물을 유포 및 판매하여 수익을 올렸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단순히 단체 대화방을 통해 불법 촬영물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n번방 운영자가 미성년자를 포함한 수십 명의 여성을 ‘노예’로 칭하며 협박해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하게 했다는 것이다. 경찰이 확인한 피해자만 74명에 이르고, 이중 16명이 미성년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n번방을 통해 해당 성 착취물을 보거나 유포한 사람이 최대 26만 명이라는 사실이다. 

3월 16일 구속된 조주빈은 ‘박사’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여성들을 유인, 착취하여 신상정보를 알아내어 협박하는 한편,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회원(일명 ‘직원’) 들을 통해 피해자들을 직접 성폭행하라고 지시하거나 자금세탁, 성 착취물 유포, 대화방 운영 등의 업무를 맡기기까지 하였다. 그는 피해자 뿐 아니라 유료 회원들의 신상 또한 확인해 이를 협박 및 강요 등의 수단을 사용하기까지 하였다. 박사에게 협조한 다른 가해자들은 대부분 20대 남성이며, 미성년자도 있다. 또한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공익요원으로 근무하며 피해 여성들의 인적사항을 뽑아 유포한 이들도 있다. 피해 여성들은 자신이 사는 곳과 나이, 주소 등의 구체적인 신상정보로 인해 가해자들이 요구하는 가학적인 행위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에 수백 만 명이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들의 신상공개 및 그들을 포토라인에 세워 달라는 국민청원을 하는 한편, 국제공조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을 내기도 하였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국민의 분노에 공감, 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잔인한 행위를 한 n번방 회원 전원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기도 하였다. 경찰은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조주빈이 소지하고 있는 성 착취물 영상 원본을 확보해 폐기하였다고 하지만 그 수법을 따라하거나 이미 유통된 영상을 재공유하는 ‘유사 n번방’은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n번방을 처음 개설했다고 알려진 일명 ‘갓갓’을 포함해, 대부분의 n번방 운영진들이 아직 검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최대 26만 명이 넘는 인원이 n번방을 비롯한 성 착취물 공유 대화방에 참여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또 다른 플랫폼으로 넘어갔다는 말도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사건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탈을 쓰고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 대한 수사가 미온적으로 진행될 때 우리는 인간에 대한 존엄을 파괴하는 끔찍한 행위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개탄을 금할 수가 없다. 이에 인본적 삶을 바탕으로 창작활동을 하는 우리 인천작가회의 소속 작가들은 성 착취물 피해자들과 강력히 연대해 나갈 것이며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바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디지털 성 착취 범죄가 더는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진상을 조사하여 강력히 처벌하라. 

하나, 미검거자 n번방 운영자와 참여자들을 끝까지 추적하여 반드시 처벌하라.

하나, 디지털 성 착취물을 소비한 자들도 강력한 범죄로 처벌하라. 

하나, 미흡한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법을 개정하고 온라인 미래범죄 예방센터를 구축하라.

하나, 성 착취 수익은 공소시효 없이 국고로 환수하라. 

하나, 피해자들의 2차 피해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및 치유 프로그램을 즉시 시행하라. 

2020년 3월 31일 
인천작가회의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