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COVID-19 확진자가 70만명 이상을 넘어섰고 사망자 수는 33만명에 달한다. 패닉에 빠진 각 국가들은 이제 하나 둘 문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다. 21세기 들어 20년 동안 신종 감염병의 대유행은 벌써 4번째이다. 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2015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그리고 이번 COVID-19로 5년에 한번 꼴이다. 20세기에는 1918년 스페인 독감, 1948년 아시아 독감, 1968년 홍콩 독감 등 세 번이 전부였다. 21세기에 유행병의 발생 빈도는 왜 이렇게 잦아진 것일까?

2014년 사이언스지에는 에이즈의 기원을 밝힌 옥스포드대 주도의 다국적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에이즈의 기원은 서아프리카 지역의 국지 풍토병으로 추정한다. 연구진들은 에이즈 진화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것은 작은 마을 킨샤사(Kinshasa)의 갑작스런 발전이었다고 지목한다. 지금의 콩고공화국에 위치한 킨샤사는 1920년대 벨기에령 식민도시가 되었다. 철도와 도로가 들어서면서 대량의 인구가 유입되었다. 도시 번창으로 전에 없던 매춘 사업이 자리 잡고, 서양 의료가 도입되면서 주사기 사용이 흔해지게 되었다. 수백 년 동안 원숭이 사냥꾼 몸에만 잠시 머물던 원숭이면역억제바이러스(SIV)가 갑자기 몰려든 숙주들을 새로운 감염 경로를 통해 넘나들면서 인간면역억제바이러스(HIV)로 형질 변화를 일으켰다. 그리고 킨샤사를 통과하는 수백만 명의 철도 이용객을 따라 퍼져 나가, 후에 북미 에이즈의 시발점이 되는 1950년대 아프리카 유행을 일으킨다. 고도의 급성장과 이동 수단 발달, 이 두 가지가 바이러스 창궐의 빗장을 풀어준 것이다.

사스와 메르스는 서식지를 잃고 인간 거주지로 들어온 박쥐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나 단봉낙타와 같은 매개체 몸에서 변종을 일으켜 인간의 몸에 침입한 것이다. 스페인·아시아·홍콩 독감과 신종 인플루엔자 팬데믹을 일으킨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오리나 야생 조류의 것이 돼지와 같은 매개체 몸에서 인간의 몸에 침범할 수 있게 유전적 변동을 일으켰다.

신종 유행병들은 원인 숙주와 매개체와 인간이 한 곳에 모이지 않으면 발생할 수 없다. 인간, 돼지, 오리가 섞여 사는 사육 생태계나 온갖 기이한 동물들이 유통되는 재래시장이 바이러스들의 유전적 변동을 촉진하는 혼합 그릇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역사적 예로 아시아 독감과 홍콩 독감은 중국 농가에서, 신종인플루엔자는 멕시코 농가에서, 그리고 사스는 광둥의 재래시장에서 시작했다.

서울, 밀라노, 뉴욕, 런던과 같은 대형 도시들이 오지의 바이러스 변종 생태계와 연결된 계기는 개발 도상국들의 급성장이다. 예를 들어 2000년 이후 급속도로 발전한 중국의 2, 3선 도시는 고도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재래식 생태 환경이 폭발적 유동 인구가 뒤섞여 부조화를 이루고 있다. 고도성장과 사육 생태계의 불균형이 해결되지 않으면 바이러스 변종과 전파의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세계적 신종 전염병 유행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은 급성장 도시의 생태계 감시와 발전 대책이다.

이번 COVID-19 사태는 초기 단계에서 국가간 체면과 정치적 갈등이 전파 예방의 걸림돌이 되었다. 아쉽게도 WHO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요컨대 의료의 한계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인 것이다. 바이러스 변종 발생 생태계의 감시와 개선, 초기 진압과 이동 제한에 대한 국가간 상호 양해 등에 대해 솔직하고 상호 호혜적인 범지구적 공조 체계가 있어야 한다. 특히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위험 생태계를 많이 가지고 있는 중국은 열린 마음으로 이 문제를 국제 사회와 공유해야 한다. 다른 분야에서 이미 놀라운 발전을 보여준 중국은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과 행정력이 충분히 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우리는 기후 협약이나 환경 협약과 같이 국가간 얽힌 걸림돌을 제거하고 범지구적으로 감염병을 감시할 국제 협약이나 거버넌스를 주장해야 한다. 그것이 10조원의 손해와 38명 사망의 메르스를 겪고 불과 5년 만에 그 수 배의 피해를 받고 있는 우리가 다음 감염병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송준호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