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중·고교 104곳 조사…102곳 정치활동제한 학칙
유권자 '3만5000명' 추정…"제정연대 "규칙 개정해야"

 

지난해 12월 선거법 개정으로 도내 만 18세 학생들에게 투표권이 주어진 지 4개월 지났지만 대다수 중·고교에서는 정치참여를 제한하는 학교규칙을 둔 것으로 조사됐다.

4·15 총선을 보름 앞둔 상황에서 학생들은 유권자임에도 출마자를 비판하거나 지지하는 활동 등 참정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선거를 치를 공산이 크다.

도내 고등학교 3학년 11만 명 중 유권자는 도교육청 추정으로 31.8%인 3만5000명(2002년 4월16일 이전 출생)이다.

30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제정연대)가 올해 2월25일~3월23일 도내 중·고교 1075곳 중 104곳(중학교 54곳·고등학교 50곳)을 조사한 결과 98.7%에 달하는 102곳에서 학생 정치 활동을 막는 학칙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의사 표현 등 권리를 제한한 학교도 수십 곳 발견했다는 점을 보면 대부분 정치참여를 제한한다는 게 제정연대 관계자 설명이다.

학교는 학생들의 참정권을 갖가지 방법으로 침해하고 있다.

수원시의 한 고등학교는 정치 목적을 띤 사회단체에 가입하면 징계 대상이다. 가령 학생이 환경보호나 문화재 보존 등을 위한 시민단체여도 정치색이 있으면 활동할 수 없다.

조사 대상 학교 104곳 중 절반에 가까운 43곳(41.3%)이 이 같은 학칙을 유지하고 있다.

유세 등 정치 활동 자체를 금지하는 곳도 47곳에 달했다. 시흥시의 한 고등학교는 집회 등 집단행동을 막고 있다. 단순하게 참여한 학생도 징계 대상에 포함된다. 유세현장 등을 찾아 지지 의사를 표현하는 것도 금지한다는 의미다.

이처럼 정당 가입과 정치 활동 모두를 금지한 학교도 40곳에 이른다.

특히 84곳에서는 학생이 학교 허락 없이 어떠한 단체도 만들지 못하도록 했다.

이밖에도 집단행동 처벌 81곳, 외부 행사 출연·참가 처벌 77곳, 불온 문서 소지 및 배포 63곳, 게시물 사전 검열 28곳, 불온한 사상 처벌 12곳 등으로 조사됐다.

제정연대는 도교육청 등 교육 당국이 나서 하루빨리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각종 학칙을 개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제정연대 관계자는 "지난해 선거법 개정으로 청소년의 참정권이 보장됐지만 학교 현장은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학교들은 참정권을 처벌하는 학칙을 전면 개정하고, 교육청도 함께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2월 학생의 정당 가입·활동을 제한하고 있는 학교들이 '학생생활인권규정(학교규칙)'을 삭제하거나 개정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공현 활동가 "정치참여는 당연한 권리"

 

공현(사진)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활동가는 "1991년에는 고등학생 정치 활동 권리 보장 운동, 2000년부터는 학생들에게도 선거권을 주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며 "지난해 선거권 나이가 18세로 낮아졌지만 진정한 참정권 보장은 아직도 요원하다"고 했다.


공 활동가는 "학교들은 반인권·반민주적 학칙을 만들어 학교 안에서 정치 활동뿐만 아니라 모든 참여를 막고 있다"며 "학생의 정치 활동 보장을 위한 움직임이 첫발을 디뎠지만 여전히 교문 앞에 멈춰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는 학생들의 정치참여는 사회구성원으로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라고 강조했다.

공 활동가는 "청소년들도 자신들이 겪는 문제를 외부에 당당히 표출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된다면 정치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남에 따라 학교와 사회 모두가 더더욱 민주적인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