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관련한 정례브리핑이나 기자회견장엔 수화(手話)를 하는 사람이 꼭 등장한다. 이들은 회견자 옆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각종 정보를 수어(手語)로 제공한다. 그만큼 코로나19 여파가 심각해 농아인들에게도 그 내용을 알려주자는 취지다. 요즘은 TV로 뉴스와 드라마 등을 내보낼 때도 화면 귀퉁이에 수화를 하거나 자막처리를 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그런데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농아인들은 '찬밥' 신세다. 지역 농아인들이 각종 선거 정보에서 소외 당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수어 통역을 담은 선거 홍보물이나 영상을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외부 유세활동과 캠페인마저 사라져 농아인들의 난감한 처지를 더한다. 인천지역 청각·언어장애인은 2만3000여명으로, 대부분 유권자임에도 4·15 총선을 앞두고 선거와 후보자 정보 등을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다. '깜깜이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얘기다.

청각·언어장애인들은 수어를 주 의사소통 수단으로 사용하지만, 현행 공직선거법엔 수어공보물 제작을 필수 규정으로 두지 않는다. 시각장애인 대상 점자공보물 언급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후보자에 대한 정보와 공약을 알고 투표에 참여해야 할 농아인들은 후보 선택 과정에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선거공보물은 대개 활자 형태로서, 수어를 포함한 선거영상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일부 국회의원 선거 후보는 자체적으로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하지만, 자막과 수어를 병행한 사례는 드물다. 더구나 이번 선거는 코로나19 여파로 후보들의 외부 유세활동과 캠페인을 보기 힘든 특별한 경우다.

선거 정보를 전달하고 투표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선거홍보'가 중요하다. 장애인 눈높이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는 등 관심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몸이 아픈 장애인일수록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찾아볼 수 있는 방식을 안내해야 선거의 의미를 살릴 수 있지 않겠는가. 장애인은 어디서나 동행해야 할 소중한 우리의 '가족'이다. 이들의 선거권 행사에 '사각지대'가 없도록 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