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에게는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이 외로움입니다."
'신종 코로나19' 감염확산이 너무도 매섭다. 노인들의 여가선용으로 운영되었던 경로당마저 문을 닫았다. 경로당 휴경은 '65년 인천 경로당 역사'에서 처음이다. 경로당 폐쇄는 노인들에게도 혼란스럽다. 노인들의 생활공간이 갑자기 없어졌으며, 항상 동고동락하며 서로에게 위안이 되었던 친구들마저 단절됐다. 8만명에 이르는 노인들이 꼼짝없이 발이 묶였으니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인천에서 경로당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56년도다. '부평서부경로당'(현 부평1동)이 시초이니 65년이 지났다. 물론 그전에는 마을단위로 사랑방이 있었으나 체계적인 조직은 갖추지 못했다. 그리고 1971년 1월에 26개의 경로당을 중심으로 우리 인천시연합회(당시에는 인천지부)가 창립됐다. 경로당은 대한노인회의 뿌리이다.

현재 인천에는 2월 기준으로 1501개소의 경로당이 있으니 괄목할 정도로 성장했다. 일반 시민들은 경로당을 노인들이 친목을 도모하는 단순한 사랑방이라고 착각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경로당은 노인복지법에 의해 설치된 '노인여가복지시설'로 노인권익신장과 복지증진, 그리고 봉사활동을 하는 공간이다. 그리고 최종 목표는 사회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물론 노인들의 여가활동을 위한 노래교실 등의 각종 프로그램과 건강관리, 건전한 취미나 오락을 위한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평생교육과 여가활동 등 종합적인 복지시설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경로당의 역할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공동주택에서는 경로당을 용도 변경해 입주민을 위한 시설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도 쏠쏠히 나왔다. 주택법에는 150가구 이상 공동주택은 경로당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4년 입주자의 2/3 동의와 지방건축위원회의 심의를 받으면 운동시설 등의 다른 시설로 용도변경이 가능하도록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기도 했다. 주민 동의와 지자체의 승인만 받으면 경로당을 없앨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고령사회를 대비한다며 수많은 대책들이 발표되지만, 정작 노인들의 생활공간인 경로당은 오히려 경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스스로가 반성해 볼 문제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경로당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먼저 경로당을 이용했던 우리 노인들의 인식부터 확 바뀌었다. 그동안 경로당 이용을 꺼리고 소극적이었던 노인들도 막상 경로당 문을 닫으니 갈 곳이 없어졌다. 친구와의 소통 단절은 물론 경로당을 통한 최소한의 문화적 혜택마저 사라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독거노인이다. 독거노인들은 그동안 경로당을 통해 먹거리와 외로움을 해결해 왔다. 또 일상생활에서 활력을 되찾는 소중한 공간이었지만 휴경은 이마저도 뺏어갔다.

우리 연합회와 10개 군·구지회는 지난 2월7일부터 경로당 휴경과 동시에 비상체제로 전환했다. 또 보건복지부와 인천시의 '노인복지시설 대응 계획'을 기준으로 자체 계획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이 중 하나가 '안부 전화하기'다. '안부 전화하기'는 10개 군·구지회가 매일 경로당 회원을 대상으로 안부전화를 드리고, 그 결과를 연합회에서 취합해 통합 관리하고 있다. 또 안부 전화하기를 통해 부상을 당하거나 감염 우려 노인에 대해서는 병원 안내 및 대처요령들을 안내함으로써 '코로나19' 예방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7일에는 의자에서 넘어져 어깨가 부러진 거동조차 힘든 회원을 확인,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해 무사히 치료를 받게 하기도 했다.

경로당을 휴경한지도 2개월이 다가오고 있다. 노인들의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인천에서라도 노인들이 감염의 그늘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그리고 '코로나 19'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경로당에서 마음껏 생활하기를 기대한다.

박용렬 대한노인회 인천시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