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각 다투는 산모, 운전자 배려로 무사히 병원 도착
법 개정 의무화 시행 2년…시민의식 성숙·방해 사라져
1년새 평균시간 9초 당겨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 /사진출처=연합뉴스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 /사진출처=연합뉴스

지난 1월18일 오전 9시 안산시 한 가정집. 30대 산모 A씨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산통으로 분만하기 위해 관내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산모 상태가 촌각을 다툴 만큼 위중해졌다. 하혈과 양수가 터지면서 작은 병원에서는 안전한 조치가 불가능했다. 분당에 있는 대형 병원으로 이송이 불가피했다.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분당 병원까지는 20㎞ 떨어져 있는 데다 상습정체 구간까지 겹쳤다. 출근시간대를 비꼈지만 이미 도로는 꽉 막힌 상황.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에 진입한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렸고, 곧이어 운전자들의 배려로 막힘없이 달릴 수 있었다.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었다.

구급차를 포함한 긴급자동차인 소방차 길 터주기 의무화가 시행된 지 2년을 맞았다. 사고 현장에 급히 출동하는 구조·구급차의 앞길을 막는 운전자가 사라지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이 자리 잡았다.

2018년 6월 소방법 개정으로 소방차 등 긴급자동차 출동을 막거나 다른 방법으로 방해하면 1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도소방재난본부의 '2017년도 화재 발생 현황 분석'을 보면 화재진화 지연 요인 6211건 중 97건이 교통 문제로 출동이 늦어져 발생했다.

소방법 개정 전에도 처벌 근거는 있었다. 도로교통법에는 긴급차량 이동을 방해하면 2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고의로 소방차 앞을 끼어들거나, 위협을 한 운전자들은 끊이지 않았다. 2017년 13명이 적발됐다.

소방관들은 근절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약한 처벌'로 꼽아왔다. 차종별 벌금 부과기준이 승합차 6만원, 승용차 5만원, 이륜차 4만원이었기 때문이다.

처벌 기준 강화하고 '길 비켜주기'가 의무화된 이후 진로를 방해하는 운전자들이 거의 사라졌다.

도소방재난본부의 단속 사례를 보면 법이 강화된 2018년 6월부터 12월까지 1건, 2019년 한해에 1건 등이었다. 구조, 구급차마다 블랙박스를 설치하는 등 집중단속을 했지만 법 시행 전인 2017년 13건에 견줘 거의 사라진 것이다.

이와 함께 구급차 등의 현장 도착시간도 짧아지고 있다. 지난해(1월~6월) 소방차 출동 건수 20만7634건의 43.3%인 9만164건이 5분 이내 현장에 도착했다. 2018년 42.7%에서 0.6%P 높아졌다. 또 2019년 전체 평균 도착시간은 8분21초로 전년 대비 8분30초에서 9초 당겨졌다.

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시민 생명과 직결되지만 일부 양심 없는 운전자로 인해 출동 시간이 지연되면서 신속한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성숙한 시민의식과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진로를 방해하는 차가 거의 사라져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는 일이 많아져 다행이다"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