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이 울려서 꺼버렸어요". 과도하게 쏟아지는 코로나19 긴급재난문자정보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것은 당연한 조치지만, 개중에는 긴급하지 않거나 중복되는 정보가 적지 않아 오히려 무감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1월20일부터 최근까지 각 지방자치단체가 발송한 긴급재난문자는 6054건에 이른다. 경기도에서는 657건이 송출됐고, 이는 지난해 통틀어 도에서 발송된 123건의 5배를 넘는 수치다.

이 중에는 손 씻기와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이미 익숙한 예방수칙까지 '긴급재난문자'에 포함시켜 반복적으로 보내 시민들이 눈길을 주지 않은 경우가 잦다. 특정한 지역에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등 알맹이가 없는 것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문자로 들어와 다른 용도로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지장을 받기도 한다.

게다가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등에서 이미 공개된 확진자 발생 여부, 동선 등이 뒤늦게 긴급문자로 발송되는 일도 있다. 이에 일부 시민들은 아예 휴대폰을 묵음으로 해놓아, 정작 필요한 코로나 관련 정보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의왕시는 최근 늦은 밤에 중복된 내용을 포함해 모두 12건의 긴급문자를 잇따라 보내 시민들의 신경을 건드렸다. 과도한 문자 수뿐 아니라 특별한 내용없이 확진자 동선만 계속 나열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를 겪고 2017년부터 각 지자체에 긴급재난문자 발송 권한이 주어졌다. 지자체 판단에 맡기다 보니 일정한 기준 없이 들쑥날쑥하거나 경중을 가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불필요한 불안감과 혼선, 안전불감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자체에 기본 행동수칙 등 긴급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재난문자를 자제하라고 지시했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전시행정이 자치단체의 보편적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을 고려할 때, 이러한 것이 엄중한 코로나 사태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