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신북면에 '마스크 생산 라인' 구축
한때 위기…코로나 사태에 24시간 가동
판매수익금 일부·마스크 100만장 나눔

'철컥∼철컥∼' 요란한 기계 소리와 함께 자동화된 생산라인에서 검은색과 하얀색 두 종류의 마스크가 쉴 새 없이 쏟아진다. 한쪽에선 제품을 검사하고 포장하는 직원들의 손놀림이 바쁘다. 마스크를 생산하는 ㈜글로제닉의 현장 분위기다.

이곳에선 36명의 직원이 교대로 24시간 근무하면서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대란이 일자 정부가 특별법으로 정해 24시간 가동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곳은 마스크를 생산한 지 두 달도 채 안 됐다. 본격적인 가동은 지난 2월 초다.

박규현(43·사진) 대표는 지난해 10월 마스크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2004년 건국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후 레이저 장비 제조업체인 ㈜이오테크닉스에 입사했다. 성실함과 탁월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중국 산둥성·강소성 등에 주재원으로 파견돼 근무하는 행운도 얻었다. 친화력이 뛰어난 그는 중국인들과 친분도 쌓고 견문도 넓혔다. 이는 사업의 밑바탕으로 이어졌다.

2014년 포천 소흘읍에 ㈜글로제닉 문을 열었다. 중국에서 에어캡(일명 뽁뽁이) 창업을 꿈꿔왔던 것이 현실로 이어진 셈이다.

사업은 날로 번창했다. 2019년 4월 군내면에 땅을 사 공장을 확장했고, 10월엔 신북면에 마스크 생산라인까지 갖췄다. 포장재에 들어가는 원자재가 마스크 원자재와 동일해서다.

그러나 지난 1월 위기가 찾아왔다. 식약처에서 KF94 보건용 마스크 생산 인증을 받지 못했다. 심지어 중국에서 수입한 원자재도 규제를 받았다. 이러다 보니 경영자금이 묶이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창업 후 최대 위기였다. 하지만 박 대표는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보건용 대신 공산품 마스크를 선택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마스크 대란이 시작됐다.

결과적으로 위기는 벗어났고, 마스크 생산라인은 멈추지 않았다. 회사 입장에선 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런데 박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눈앞의 이익보다는이웃을 먼저 생각했다. 그는 판매수익금 일부는 국내 소아암 환아를 돕기 위해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과 굿네이버스에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여기에 더해 마스크 대란으로 고통받는 이웃에게도 손길을 뻗쳤다. 지난달 14일 중국한국인회 총연합회에 40만장을 시작으로 이천시(10만장), 포천시(12만5000장), 대구시(5만장), 경기광역푸드뱅크(10만장), 포천교육지원청(7만장),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13만2000장) 등에 총 100만장을 기부했다. 마스크 생산이 정상화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박 대표는 "마스크 때문에 매출이 증가해 힘든 상황을 극복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고통받는 국민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았다"면서 "매출 이익도 중요하지만 어려운 이웃들에게 마스크를 기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글·사진 포천=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