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에 허덕이는 공무원들이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교회로 가 동향을 파악하는, 해괴한 일이 이어지고 있다. 공직을 최고의 직장으로 여기는 세태에 긍지를 느끼는 공무원들의 자존심에 금이 갈만도 하다. 지난주 일요일인 22일 인천시 및 구·군 직원 2441명이 교회를 찾아간 결과 인천의 전체 교회 3372곳 중 1715곳(50.9%)이 예배를 진행했다. 하루에 4차례 예배를 본 곳도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먼 나라 얘기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정부의 방역을 방해하고 공동체에 위해를 끼치는 행위에 더 이상 관용은 없다"고 강조했지만, 말발이 먹히지 않는다. 대표적인 곳이 나이트클럽과 교회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 교회 관계자는 "예배를 원하는 교인들이 있어서 어쩔 수 없다. 계속 열 예정"이라고 했지만, 앞뒤가 바뀐 것은 아닌지 헷갈린다.

용인시는 아예 공무원 한 명이 교회 한 곳씩을 담당하고 있는데 78개 부서 699명이 동원됐다. 이들은 관내 699곳 교회를 찾아가 온라인·가정예배로 전환토록 권고하고, 일요일에는 현장을 점검한다. 22일에 305곳(43.6%)이 예배를 진행했다고 한다. 경기도는 3주 연속 4000여명이 평일·주말 가리지 않고 교회를 찾았다. 이쯤되면 교회 주변에서 '공무원인지 전도사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올만도 하다.

일부 교단은 못마땅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당국이나 지방자치단체가 교회에 대한 대중의 과도한 경계심·분노를 부추기고 있다고 항변한다. 한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방역활동을 철저히 한 뒤 예배를 실시하고 있음에도 교회를 '공공의 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자체가 방역의 효율성 문제로만 접근하고 있다는 관점이 타당하다. 오히려 종교시설이라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신천지교회 말고도 집단감염이 발생한 교회가 전국적으로 7곳에 달하는데도 작심한 듯이 예배를 강행하는 교회가 적지 않다. 지난 15일 예배 시 예방수칙을 준수하지 않아 경기도로부터 '밀접집회 제한 행정명령'을 받은 교회 137곳 중 102곳(74.5%)은 22일 예배를 진행했다. 신념인지 오기인지 분간이 안된다.

가뜩이나 불안한 국민들은 교회집회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고, 자치단체들은 월요일마다 주말 종교집회에 관한 보도자료를 뿌린다. 코로나 사태 와중에 빚어지는 진풍경이다. 코로나 극복에 모든 분야, 계층이 힘을 쏟아야 할 상황에서 불필요한 사회비용을 치르고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교계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훈철 강화 양진교회 목사는 본보 기고에서 "독선과 편견에 사로잡힌 일부 지도자들이 믿음을 결부시켜 사회안전망을 흔드는 모습은 너무 부끄럽다"고 밝혔다. 공공의 적은 스스로 만드는 법이다.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