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개정안이 3월6일 국회에 발의되었다.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인 148명이 서명날인을 했다. 25개 민간단체로 구성된 국민발안개헌연대가 국회의원들을 일일이 만나거나 전화로 설득하였다. 대한민국 헌정사에 처음 있는 민정협치다. 또한 20대 국회 내내 여당과 야당이 사사건건 사생결단으로 대결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개헌안의 발의는 기적에 가까운 협치 사례에 속한다.

헌법개정안은 3월11일 대통령에 의해 공고되었다. 이번 헌법 개정안은 국회의원과 대통령에게 독점된 개헌발의권을 일반국민에게도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이미 1954년부터 우리 헌법에 있었던 내용이다. 유신헌법에 의해 빼앗겼다. 이번 개헌은 국민의 정치적 권리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다. 개헌발의권만을 다루는 원포인트 개헌이다. 개헌발의권은 일부의 국민이 국회에 헌법개정을 제안해 의결을 청구하는 일종의 청원권이다. 일부의 국민이 전국민에게 헌법개정안을 제안해 국민투표로 결정해 줄 것을 요구하는 국민발안제도와는 다른 제도이다. 개헌안의 국민발의제는 국민발안제보다 효력이 매우 약하다. 국민발안권은 향후 개헌과제로 남게 되었다.

이번 개헌안 발의가 역사적인 의미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역병의 환란과 총선소용돌이 속에서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개헌안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본격적인 국민토론이 이뤄지지 못하니 일부 언론과 유튜브, SNS 상에는 개헌안에 대한 오해와 왜곡이 난무한다. 서명한 국회의원들을 일부 세력이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다. 특히 미래통합당의 참여의원들을 배신자로 낙인찍고 있다.

헌법개정안의 기습적 발의에 음모가 있다는 주장이 기승을 부린다. 개헌 발의요건인 국회의원과반수가 3월6일 오후 7시경에 148번째 국회의원의 서명날인으로 충족되었다. 헌법개정안은 오후 8시경에 국회 의안과에 접수됨으로써 발의되었다. 여야의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국민발안개헌추진단은 2월11일 기자회견을 통해 개헌추진을 공개했다. 민간단체인 국민발안개헌연대는 이미 1월15일과 그 이후 수차례 기자회견을 했다. 개헌안은 헌법절차에 따라 정상적이고 공개적으로 발의되었다. 무엇을 근거로 "기습적" 이라는지 되묻고 싶다.

다음으로 민노총이나 전교조 등 좌파단체들이 헌법개정안을 제안해 사회주의헌법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헌법개정안을 제안하는 것과 헌법개정안이 국회나 국민투표에서 가결되는 것은 별개이다. 설사 대규모 단체가 중심이 되어 100만의 서명을 받아 헌법개정안을 발의하더라도 국회에서 재적 2/3이상의 찬성과 국민투표에서 과반수의 찬성을 얻지 못하면 헌법개정안은 부결된다. 큰 단체라도 개헌안이 부결되면 신뢰가 손상되므로 국민전체의 여론에 상응하는 발의를 하도록 신중을 기하게 된다. 소규모단체나 개인이라도 국민의 호응이 있는 경우에 개헌발의가 가능하게 된다. 사회주의 개헌은 헌법개정의 한계를 넘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국회와 정부는 전체국민에게 헌법개정안의 취지와 내용을 정확하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공영방송과 신문들도 헌법개정안에 대한 광범위한 국민토론을 전개해 찬반의 건전한 담론을 형성하고 왜곡과 편견을 극복하는데 동참하여야 한다. 정치개혁을 위한 충정으로 개헌에 동참한 국회의원들의 충정과 용기는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하고, 일방적이고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음지의 일방적 주장을 양지의 토론장으로 끌어내야 한다.

국회는 5월10일 이전에 헌법개정안을 의결해야 한다. 20대 국회가 존재가치를 확인하는 마지막 기회이다. 그 전에 광범위한 국민토론을 열어 개헌담론을 형성해야 한다. 헌법개정국민발의권은 21대 국회가 본격적인 개헌을 통해 정치를 개혁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개헌을 국회가 못하면 국민이라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