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정부의 초기 방역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국경 봉쇄를 통해서도 어차피 막을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신천지라는 변수가 튀어나오기는 했지만 벌써 9000여명의 확진자가 생긴 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운 대처가 아니었냐는 비판적 견해를 말하는 이들도 많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 가운데 대만, 싱가포르, 홍콩의 대처가 적절했고, 반면에 시진핑의 방한을 기대한 한국과 대중국 올림픽 장삿길이 막힐까 걱정한 일본은 그렇게 하질 못했다는 평이 자자하다. 실사구시를 못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사태는 일파만파 걷잡을 수 없이 치닫는데 중국이 자국민에게 "한국 등 15개국에 여행을 가지 말라"고 했다는 소식이다.

하늘과 바닷길을 터주며 체면을 살려줬더니 돌아온 것은 적반하장이다.

발원국이 형편이 좀 나아졌다고 바이러스의 역유입을 막겠다고 나섰다니 쓴웃음이 나온다. 염치없는 중국의 외교 행각에 많은 국민이 실망했을 것인데 인천 시민들은 또다른 일로 더 속이 끓는다. 도시의 성격상 감염전문병원 설립이 꼭 필요하다는 상식이 가차없이 비토당한 것이다.

동북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국제 터미널이 있는 공항도시이자 중국 등과 여러 항로를 열고 있는 항만도시가 인천인데, 어쩌자고 영남, 호남, 중부 권역만 기재부가 예타를 면제하고 인천을 배제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하루에도 십 수만명의 내외국인이 공항과 항구를 드나드는 현실에서 감염전문병원을 설립하자는 게 그리도 잘못된 주장이란 말인가?

최근 이 같은 병원 설립의 타당성을 웅변이나 하듯이 공항을 이용했던 필리핀, 캐나다, 감비아인들에 의해 G타워가 뚫렸다. 이는 시간적인 문제였고, 비상식에게 인천이 역습당한 상징적 사건이었다. 공항과 항만을 계속 열어두는 한 이런 케이스는 이어질 것인 바 그에 응전하기 위해 지역에서 분투하겠다는 의료진과 시민의 충정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지난 수십 년간 정부가 무슨 전가의 보도 모양 꺼내 휘두른 것이 소위 '수도권 정비법'이다. 지역의 균등한 발전을 위한다며 만든 법이라지만 벌써 폐기됐어야 할 역차별적인 낡은 칼이었다.

경인선과 KTX를 비교해 보면 금세 알 수 있는 일이다. 일제 때보다도 더 느리고 낡은 열차를 이용해야 하는 경인선의 현실을 생각하면 답답할 뿐이다.

건설비를 충당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통행료를 강제하고 있는 경인고속도로, 전국의 어느 지역보다도 원수(源水) 값을 호되게 치러가며 먹는 수돗물, 일제 때처럼 재판을 받으러 서울까지 가야 하는 사법부의 지각 행정, 극지연구소의 타지 이전 궁리, 수도권의 온갖 쓰레기를 떠맡기고도 일관해 온 무대책 등 인천 푸대접의 가짓수는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이 일련의 시리즈를 보면 역대 정권이 어느 지역에 저들의 정치적 방점을 찍어 왔는가를 쉽사리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인천의 자업자득적인 측면이 크다. 선거 때가 되면 예외 없이 여야를 반반씩 뽑아 여야가 나 몰라라 하는 사각지대를 자초했다면 이제는 지역의 바람직한 권력 창출에 번번이 실패해 온 현실을 매섭게 되돌아볼 때가 된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의를 생명으로 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300만 시민은 당연히 국가와 지역의 발전을 위해 표로써 정치권에 압력을 가해야 하는 당위적 대의(代議)의 뜻을 재삼 새겨야 할 때인 것이다.
정부가 시민의 뜻을 계속 외면한다면 굴업도, 인천대교, 인천대 국립화 때처럼 힘을 결집하여 제 발로 감염전문병원을 열도록 해야 한다.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