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흉물로 방치된 동두천시 제생병원 개원이 또 다시 좌절될 위기에 처했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대진의료재단(대순진리회) 종단 대표와 실무위원 24명이 여주도장에서 제생병원 정상 개원을 위한 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제생병원 건립추진위원회를 결성해 4개 도장의 관계자가 공동대표를 맡기로 했다. 대순진리회 측은 건립추진 결의서를 채택하고 건립비용은 은행예치금으로 충당키로 했다.

또 종단 최종 의결기구인 중앙종의회 회의를 열어 제생병원 건립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최용덕 동두천시장은 "종단의 중요 사업 실천과 동두천지역의 상생 발전을 위해서라도 모든 행정력을 지원하겠다"며 "건립 재개를 위한 경영 컨설팅, 안전 진단, 중앙종의회 개최 등 신속한 사업 추진을 간곡히 당부한다"고 밝혔다.

또 심우현 동두천제생병원 비상대책위원장도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엔 종단이 의견을 모은 만큼 정상화 되리라고 본다"며 "제생병원이 문을 열면 인구가 감소하는 동두천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시민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껏 기대를 나타냈다.

그러나 반전이 순식간에 이뤄졌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대진의료재단의 종단 최종 의결기구인 중앙종의회가 제생병원 개원안 등을 부결 처리했기 때문이다. 종단은 최근 포천도장에서 중앙종의회를 열고 종단 대표 선출, 제생병원 개원을 주요 안건에 부쳤지만 부결됐다. 이로 인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고대하던 동두천 시민들의 열망이 물거품이 될 상황에 놓였다.

제생병원은 1995년 1월 지행동 13만9770㎡ 부지에 건립 공사를 시작했다. 21층 규모에 병상 수만 1480개.
하지만 그해 12월 종단 교주가 사망한 뒤 일선 종단 사이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차질이 생겼다. 그러다 공정률 30%를 넘기던 1999년 공사 진행이 전면 중단됐다.

이같은 사태가 장기화되자 동두천시와 시의회, 시민사회는 입법 정책토론회를 열고 제생병원 정상 개원을 촉구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병원 개원이 추진됐으나 종단 결정으로 다시 위기를 맞은 것이다.
대진의료재단은 "지난 11일 종단과 회의를 열기로 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다음달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는 "대순진리회에 해결 방안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며 "제생병원 도시계획시설 인가 사업기한은 올해 12월 말까지며, 그때까지 정상 개원에 필요한 조치가 없으면 건축허가 취소, 이행강제금 부과 등 행정처분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동두천 9만 시민들은 하루빨리 제생병원이 정상 개원될 수 있도록 대진의료재단과 종단이 협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김태훈 경기북부취재본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