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아주 오래 전부터 승용차가 필수다. 몇몇 주요 도시를 제외하고,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대부분 지역에선 더 그렇다. 대중에게 정말 발과 같은 존재다. 승용차가 없는 가정에선 어디 멀리 갈 계획도 세우지 못할 정도다.

간혹 나이 지긋한 백발의 노인들이 도로에서 운전을 잘 못하고 쩔쩔 매는 광경도 볼 수 있는 곳이 미국이다. 차 없이는 조금 떨어진 데조차 가기 어려운 나라를 어떻게 봐야 할까. 오늘날엔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도 승용차가 마치 '필수'처럼 떠올랐으니, 참으로 세월이 무상하다고 해야 하나.

'드라이부 스루'(drive-through)는 자동차가 흔한 미국에서 탄생한 용어다. '운전자가 차에 탄 채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방식 또는 그런 판매 형식의 상점'을 말한다. 운전을 하고 있는 상태로(drive) 서비스를 받고, 그대로 쓱 지나간다(through)는 의미이다. 패스트후드점·커피전문점·주유소·주차장·도서관 등지에서 이 서비스를 한다. 주문을 받으면, 보통 창가 쪽 사람이 물건을 건네는 식으로 운영된다. 수십년 전부터 미국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국립국어원은 '승차 구매(점)'이라고 순화했다.

전 세계를 덮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드라이부 스루'가 새삼 각광을 받는다. 대한민국에 등장한 드라이브 스루형 선별진료소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이젠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에서 이를 도입해 이용하고 있으니, 자랑스러워할 만하다. 사실 드라이브 스루 검사가 처음 제안된 곳은 미국이다. 2009년 신종 플루 당시 스탠포드 대학병원에서다. 다만 그때는 실험에 그치고 공식적으로 시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2월 말 코로나19 확산으로 병원이나 보건소 등지에서 교차 감염 위험이 커지면서 드라이브 스루형 선별진료소를 시작했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진단과 검체 채취를 받을 수 있다. 검사 구역을 소독할 필요가 없고, 잠깐만으로 검사를 할 수 있어 기존 방식에 비해 시간을 훨씬 더 절약하는 장점을 지닌다. 한국에서 '빨리빨리' 문화가 낳은 긍정적 산물이다. '원조'는 미국이지만, 한국에서 꽃을 피운 셈이다.

과연 이 드라이브 스루형 선별진료소를 고안한 이들은 누구일까. 바로 인천지역 의료진이다. 가천대 길병원 엄중식 감염내과 교수와 인천의료원 김진용 감염내과 과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2018년 '생물 테러에 대한 연구'에서 대규모 환자 발생시 해독제 지급 방식 중 하나로 이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무튼 비대면·비접촉을 선호하는 요즘, 드라이브 스루는 인천을 비롯한 국내 곳곳의 음식점이나 도서관 등지에서도 인기를 끈다. 이런 소비 형태는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성장하며 지속될 듯싶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