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 인천일보 사회부장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19일 중국 국적 여성이 국내에서 첫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시민들은 두 달 넘게 평범한 일상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유치원은 물론 초·중·고교 개학이 미뤄지면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넘쳐야 할 학교는 생기를 잃었다. 동네 놀이터에서도 아이들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직장에서는 같이 일하던 동료와 업무 공간이 분리돼 떨어져야 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동료와 함께 하던 점심은 사실상 금기가 됐다. 저녁때 술 한잔 기울이던 모임은 사라졌고, 평일이나 주말이나 집에서 나오기를 꺼려하게 됐다. 거리를 오가던 사람들의 표정은 대부분 마스크에 가려 눈 마주치기도 어렵고, 언제 어디서나 쉽게 구했던 마스크는 '귀한 몸'이 돼 사람들을 약국 앞에 줄 세우고 있다.

시민들에게는 하루하루 답답하고도 불안한 하루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도 마음을 위로 받을 수 있는 미담들은 쏟아지고 있다.

인천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가 줄서서 매입한 마스크와 라면을 경찰서 지구대에 기부하는가 하면 자녀들의 용돈을 내놓은 90대 할머니도 있었다. 자신의 형편도 넉넉하지 않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인 40대 여성도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동전이 담긴 돼지저금통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뿐일까. 마스크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개인, 단체 할 것 없이 모두 나서 면 마스크를 제작하며 나눔에 동참 중이다. 임대료 인하, 마스크 기부 등은 이제 시민들의 일상이 되고 있다.

특히 여러 나라에서 휴지 등 생필품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지만 우리사회에서는 그저 딴 세상 이야기다. 대형마트는 다른 나라와 달리 평온하며 시민들은 마스크를 제외하고 필요한 물품만 구매하고 있다. 이런 한국의 시민의식을 다른 나라에서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시민들의 나눔 미담과 수준 높은 의식은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코로나19 확산세가 한풀 꺾였다지만 여전히 신규 확진자 수십여명이 매일 등장하고 있다. 또 해외유입이 주요 변수가 됐다. 경제상황도 더욱 만만치 않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0.5%p 인하하면서 우리는 사상 첫 0%대 기준금리 시대에 발을 들였다. 코스피도 지난 19일 1460이 붕괴되면서 11년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우려되는 대규모 실직은 큰 문제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를 넘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각 나라가 코로나19로 국경을 봉쇄하며 총성없는 전쟁을 치르는 유례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한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고 있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이런 상황에도 4·15 총선을 앞두고 있는 우리 정치는 전혀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했건만 위성정당을 세우며 각자 의석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 여야를 떠나 국회와 4·15 총선이 그들만의 잔칫상 먹잇감으로 변질되고 있다. 코로나19로 대면 접촉 선거운동이 줄면서 선거사범이 지난 2016년 제20대 선거 대비 15% 가량 감소한 것을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는 걸까.

20대 국회가 당리당략과 기득권 정치에 함몰돼 구태정치를 반복했다는 한 시민단체의 지적에 공감이 된다.
이달 26일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국회의원 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말을 예비후보들이 쏟아내고 있지만 이 말을 믿는 유권자들은 많지 않다. 당연한 걸 해내지 못하는 게 국회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전쟁에 비유되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시민들은 차분히 대응하고 있다.

시민들은 그동안 할 만큼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묵묵히 자신의 일을 찾아 해낼 것이다.
코로나19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혼란 속에서 이제 정치가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할 때다.
이제는 정치가 미담을 들려줄 때도 됐다.

또 이제는 정치가 희망을 보여줄 때도 됐다.

/이은경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