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울림, 코로나로 지친 마음 위로
▲ 경기아트센터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기획한 '예술로 다가가기'의 2번째 공연, '정나라&정하나 힐링콘서트'가 무관중 생중계로 공개됐다. 사진은 정나라(오른쪽)&정하나 형제가 생중계를 앞두고 포즈를 취한 모습. /사진제공=경기아트센터

랜선을 따라 전해지는 형제의 울림이 코로나19로 지친 경기도민의 마음을 달래기에 충분했다. 온라인을 통해 만난 경기필하모닉의 정나라 부지휘자와 정하나 악장의 연주는 눈과 귀를 따스하게 채워줬다.

경기아트센터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기획한 '예술로 다가가기'의 2번째 공연, '정나라&정하나 힐링콘서트'가 지난 19일 무관중 생중계로 온라인(경기아트센터 공식 유튜브 채널 '꺅티비', 네이버 TV) 공개됐다.

이번 공연에선 정나라 부지휘자가 피아노로, 정하나 악장이 바이올린으로 바흐, 라흐마니노프, 엘가 등 대중에게 친숙한 클래식 곡을 들려줬다.

첫 무대는 엘가(Edward Elgar)의 '사랑의 인사'로 열었다. '사랑의 인사'는 1차 세계대전으로 황폐해진 가운데 피워낸 엘가의 사랑처럼 특유의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마음을 어루만진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으로 알려진 이탈리아의 작곡가 비탈리(Giovanni Battista Vitali)의 '샤콘느 g단조'는 아이러니하게도 슬픔 대신 마음의 안정을 찾아줬다.

전주가 시작되면서 건반 하나가 눌릴 때마다 가슴엔 비수가 날아들고, 현이 켜지면 꽂힌 비수가 가슴을 헤집는듯 했다. 클라이맥스에서는 현을 파도 삼아 넘나들던 활이 슬픔을 끝까지 끌어 내렸다. 위로를 전하는 콘서트라는 타이틀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선곡은 도리어 심신의 안정을 가져다주는 '신의 한수'가 됐다. 실제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학교 연구진은 우울한 상황에서 밝은 음악보다는 슬픈 음악이 마음을 진정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비탈리의 샤콘느는 침체돼 있는 도민들의 심신에 위로를 전하며 '힐링콘서트'의 타이틀에 충실했다.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선 박수 소리 대신 박수 손동작의 이모티콘이 쏟아졌다.
클래식 공연에서 공연장 여건을 배제한 공연은 치명타일 수 있다. 그럼에도 무관중 생중계로 얻어진 실험의 성과들은 '실'보다는 '득'에 가까웠다.

이어폰 너머로 귓전까지 스며든 선율. 연주자의 표정으로 드러난 감정선, 현을 짚는 섬세한 손가락 하나까지도 살펴볼 수 있는 공연은 귀했다. 클래식을 잘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문화 장벽을 허문 이번 공연은 '예술로 다가가기'에 충분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