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미술관 28일부터 8월16일까지
▲ 그레첸 르마이스트레(Gretchen LeMaistre)작 'Tidemark VIII'

 

▲ 그레첸 르마이스트레(Gretchen LeMaistre)작 'Haptic'

 

▲ 론다 래슬리 로페즈 (Rhonda Lashley Lopez)작 'Suspended'


미국 서부에서 활동하는 4명의 사진작가가 경기도 광주에서 물질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담은 단체 사진전을 개최한다. 자신들의 삶의 깊이를 사진매체로 연마한 결과물을 보여주면서 예술가이자 철학자로서 진지한 삶의 질문들을 던지는 사진전, '철학자의 돌: Philosopher's Stone'展이 오는 28일부터 8월16일까지 닻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철학자의 돌: Philosopher's Stone'展은 빌레 칸사넨(Ville Kansanen), 그레첸 르마이스트레(Gretchen LeMaistre), 론다 래슬리 로페즈 (Rhonda Lashley Lopez), 다이앤 피어스 (Diane Pierce) 등 4명의 작가가 선보이는 사진 연금술이다. 각자 고유의 창작 방식으로 물질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준다.
형이상학적 공간을 디지털 사진으로 재현하는 작가, 빌레 칸사넨은 거대한 자연이자 신비한 풍경인 사막에 매료돼 사막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여기서 사막은 자연순환에 대한 명상과 다시 영원을 꿈꾸는 영적인 존재로서의 의미를 드러내고 있다.

그레첸 르마이스트레는 어린시절을 보낸 북부 플로리다의 역사와 풍경을 사진으로 해석하고 담아냈다. 조류의 흔적을 촬영한 'Tidemarks'와 빛과 물질을 다루며 사진 실험으로 재현한 'Haptics' 시리즈는 작가 개인의 역사와 장소의 역사가 중첩돼 서사가 깃든 사진이다.

론다 레슬리 로페즈는 저널리즘을 전공한 사진작가로 자연을 주제로한 프로젝트에 깊은 관심을 갖고 이를 다양한 사진 인화 기법을 통해 표현해 왔다. 그는 마음의 눈으로 깊이 공명하는 자연의 순간에 금을 입히거나 사진 화학적인 고유한 과정을 종이 위에 담아냈다. 연금술과도 같은 섬세한 인화 과정은 마치 작가가 품은 자연의 빛이 물질로 전이된 결과로 보여진다.

독창적 작업으로 주목받아 온 다이앤 피어스는 이성적인 동시에 비이상적인 주변 사물의 관계성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사진적 방법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드로잉 과정에서 탐구한 재료들의 얽힌 관계는 새로운 맥락을 이룬다. 2차원으로 전환된 3차원의 관계성은 다시 4차원 상상의 공간이 된다.

이번 전시에서 이들 4명의 작가는 옛 연금술사들이 물, 불, 흙, 공기 등 물질세계의 근원을 찾아 나선 것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비록 실패한 과학일지라도 연금술이 갖는 대립되고 모순된 가치가 결국 에너지가 된 창조성을 상징하는 것처럼 이들에게는 여전히 흥미로운 주술로 그려지고 있다.

닻미술관 강민정 학예실장은 "자연, 인간, 그리고 사진 예술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루어진 작가들의 작품은 정신이 물질이 되고, 물질이 다시 고귀한 정신의 예술이 되는 순환의 과정을 보여준다"며 "유난히 힘든 봄을 보내며 통제 불가능한 삶을 견디는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것들을 기억할 수 있는 예술이 되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