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8만 작은타운이 글로벌 '강소마을' 성장
▲ 히드로공항 동쪽으로 4㎞ 떨어진 하운슬로(Hounslow)는 공항 성장과 함께 발전해 온 작은 도시로 주민 상당수가 항공산업 관련 직업을 갖고 있다.여객기 한대가 착륙을 위해 낮게 날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영국을 대표하는 관문, 히드로공항에서 10분 가량 차로 달리면 '하운슬로(Hounslow)'가 나타난다.

이곳은 런던 등 수도권과 20㎞쯤 거리를 둔 작은 마을이다.

여타 지역처럼 훌륭한 자연경관이나 풍부한 관광자원 등이 없다.

하지만 세계 각국 주민들이 사는 '글로벌 타운'이다.

인구 28만8000여명, 통용 언어 145개에 달한다.

사방으로 뚫린 교통이 편리하고 일자리가 많다는 소문에 이방인들의 정착이 이어졌다.

호텔, 백화점, 먹거리 등이 있는 상권은 늘 발 디딜 틈 없다.

관광객 유입 때문이다.

하운슬로는 공항으로 직·간접 혜택을 본 이른바 '공항 수혜지역'의 대표적 예다.

공항 하나가 모든 것을 바꿔 놨다.

애초 개발에서 소외돼 '살기 좋은 마을'과 거리가 먼 장소였다.
 



# 공항이 '호재'가 된 마을

 

지난 1월 말 하운슬로를 찾았다.

이곳은 행정구역상 '구(지방자치단체 아래)'로 돼 있다.

면적은 넓지 않다. 영국인들에게 물으면 작다는 의미의 '스몰타운'으로 부른다.

반면 인프라는 결코 작지 않았다.

남과 북에 처트시 로드 등 고속도로가 감싸고, 마을에 영국 지하철인 '언더그라운드'가 뚫려 있다.

기차도 운행 중이다.

학교와 같은 필수시설과 공원, 체육관, 종합병원 등 기반도 탄탄했다.

이 덕인지 분위기는 여느 대도시만큼 못지않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일지로 곧게 뻗은 상권으로 들어서면 서울 명동만큼의 인파가 몰려있다.

공항 근처라 비행기 소리가 수시로 들려왔지만, 오히려 사람소리가 더욱 시끄러울 정도다.

하운슬로의 성장추세는 불과 20년 사이 하늘로 치솟았는데, 정부나 기업의 특별한 지원이 따로 없었던 시절이다. 주민과 상인들은 '공항의 결과물'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식당과 주류를 취급하는 가게 사장은 "공항이 근처에 생긴 뒤 이용수요가 많으니 저절로 유동인구가 발생했고, 주거단지와 상가 등이 들어섰다"며 "먹고살기 좋아지니까 외국인이 확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로운 점에 최근 영국 정부가 추진하는 '히드로공항 확장방침'으로 크게 동요하고 있다.

구청 측은 주민들의 요구 등을 정부에 전달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자신들이 누리던 혜택을 다른 장소에 빼앗길까봐 우려해 반대표를 던지는 등의 이례적인 경우도 나오고 있다.

커피숍에서 지인들과 여가를 보내던 20대 청년은 "여긴 공항이 있어서 발전했다.

특히 공항 관련, 상업 등 일자리가 많이 형성됐다"며 "만약 활주로가 다른 장소에도 생기면 그 장점을 아는 모든 인구가 그쪽으로 빠져나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 "수요가 돈", 지지층 얘기는

▲ 마을 광장에서 만난 주민 트레보 스미스(70)씨는
▲ 마을 광장에서 만난 주민 트레보 스미스(70)씨는 "은퇴전까지 영국항공에서 정비사로 일 했다"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공항 건설을 지지하는 의견은 역시 '경제력' 때문이었다.

마침 만난 지지층의 트레보 스미스(70)씨는 "영국의 국가와 지역의 경제력은 공항이 좌우한다"고 단언했다.

영국항공(브리티쉬에어웨이스)에서 1966년부터 정비공으로 일한 그는 주민들 중 공항의 흐름, 파급효과 등에 가장 익숙한 인물이었다.

추후 공항 확장과 관련, 구청이나 의회에서 주민회의를 소집하면 찬성 쪽의 위원으로 나서겠다고 자처한 상태다.

트레보씨는 "주민들이 공항을 지지하는 이유는 우선 인구유입이 있다. 히드로 덕에 관광객 유입을 누린 지역이 많다. 아무것도 없었던 나의 동네는 호텔이 8개나 생겼다"며 "그런데 히드로는 99% 포화에 이르러 나중 되면 비행기가 들어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알기로 8000만명의 유입이 있었다. 새 활주로를 만들면 1조2000만명의 사람들이 찾아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항이 인프라 확충에 도움이 되냐는 질문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람 사는데 필요한 교통 등 인프라를 일구는데 공항만한 시설이 없다.

이곳 사례만 봐도 그렇다"고 단호한 답을 내놨다.

실제 불모지 같았던 히드로공항 인근 지역의 가치는 솟구쳤다.

1970년대 약 1만2000파운드(한화 약 1851만원) 수준이었던 집이 지금 80만 파운드(약 12억3448만원)에 달한다.

환경보존 등 반대 의견에 대해서 그는 "물론 환경도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에선 사람의 일이 더욱 시급한 과제다. 무수히 생긴 일자리를 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의 인천공항을 기억하고 있는 트레보씨는 이쪽 대도시권 공항 사정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는 "인천공항이 있지만, 한쪽 권역(경기남부)에만 1000만여명이 몰려있는 곳에 공항 하나 없는 게 사실이냐"며 "수요대처 차원에서 당연히 있어야 하는데 왜 없냐. 영국 사람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통•번역= 김환희 ghksgml100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