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18일 공개한 업무계획을 통해 폐기물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핵심은 '발생지 처리 원칙'이다.
이런 흐름은 이미 '자체 매립지 조성'을 선언한 인천시 움직임과도 일맥상통한다. 지난해 9월 인천시와 경기도는 "폐기물을 해당 지역에서 처리한다"는 원칙에 합의하기도 했다. 1992년 이후 인천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매립지에서 3개 시·도 쓰레기가 처리되면서 주변 지역 피해가 지속된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린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수도권 폐기물 처리를 위한 기초조사에 착수하면서 당사자인 3개 시·도를 배제했다. '발생지 처리 원칙'을 스스로 거스르는 행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연구용역
환경부의 '폐기물의 안정적 처리를 위한 친환경 매립지 관리방안' 연구용역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가 내년 2월까지 진행한다. 환경부가 지난 12일 SL공사와 수의계약한 연구용역은 '수도권매립지 현황 진단 및 분석'으로 출발한다. 수도권매립지 현황을 바탕으로 친환경 매립지 조성·운영 방안을 제시하도록 주문한 것이다.
국책연구기관도 아닌, 수도권매립지를 운영하는 SL공사가 매립지 정책을 연구하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시가 '수도권매립지 2025년 종료'를 선언하며 자체 매립지 조성에 착수한 상황에서 SL공사는 수도권매립지 잔여부지에 주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SL공사가 작성하고, 환경부가 승인한 '제6차 수도권매립지 환경관리계획(2019~2020)'은 수도권매립지를 "제1·2매립장과 제3-1매립장, 그리고 향후 매립에 사용될 수 있는 여유부지"로 구분하기도 했다.
<인천일보 2019년 8월26일자 1·3면>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은 "수도권매립지 현황 분석을 바탕으로 한 용역은 그곳을 얼마나 더 쓸 수 있느냐를 검토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며 "환경부가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연장하려는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환경부, 대체 매립지 '이중 행보'
환경부는 용역 추진 배경을 "수도권 폐기물의 안정적·효율적 처리방안 마련"이라고 제시했다. 공교롭게도 지난 2015년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연장한 '4자협의체(인천시·경기도·서울시·환경부)' 합의문의 전제 조건과 동일한 문구다. 5년이 지나서도 '쓰레기 대란' 논리가 수도권매립지 연장 논란으로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환경부는 대체 매립지 조성에도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번 용역을 통해 "대체 매립지 조성을 고려한 친환경 매립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4자 회의에선 폐기물 처리가 '지자체 사무'라며 3개 시·도의 대체 매립지 공모 참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3개 시·도가 2년간에 걸쳐 진행했던 '수도권 폐기물 관리 전략 및 대체 매립지 조성 연구' 결과는 미뤄둔 채 별도의 용역에 착수한 배경에도 의구심이 제기된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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