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추적에 오늘도 잠 못 드는 밤

"코로나19 검체 검사 결과는 저녁 시간대 발표되는 것이 대부분이에요. 늦게는 새벽 3~4시까지 병원으로 이송된 확진자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업무 시간에는 코로나19 유증상자를 분류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습니다."

두 달 가까이 인천 코로나19 감염병 대응 최전선에 서있는 역학조사관 장한아람(33·사진)씨의 하루 일과다.

장 조사관의 일상도 코로나19 발병을 기점으로 달라졌다. 장 조사관은 17일 "휴일도 없이 밤낮의 경계마저 사라졌다"면서도 피곤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공중보건의사 신분인 장 조사관은 인천시 감염병관리지원단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국내에서 처음 코로나19로 확진된 지난 1월20일 당시 그는 인천의 유일한 역학조사관이었다.

한 달 만인 지난달 27일에야 역학조사관 3명이 추가로 파견됐다.

역학조사관은 코로나19에 감염된 확진자로부터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 확산되지 않도록 방역 작업 전반을 도맡는다.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체계화한 후 인천 10개 군·구 보건소에 넘겨주고, 코로나19 의심 소견을 보이는 환자들을 분류해 자가격리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을 때만 해도 보고·방역 등 기본적인 감염 체계가 없었던 게 가장 어려운 점이었어요. 시민들조차도 사생활이라는 생각에 동선 공개를 꺼리기도 했죠."

두 달 새 코로나19는 인천시민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손 씻기, 마스크 착용과 같은 위생수칙을 지키며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노력하는 분위기가 정착됐다.

장 조사관은 이런 인식 변화를 가장 빨리 체감했다. 확진자들 스스로 역학조사에 적극 협조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전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장 조사관은 시민들이 갖는 공포감을 걱정했다.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확진자들의 동선 공개가 사회·경제적인 파급 효과를 불러온다는 설명이다.
인천 3번째 확진자의 경우 마스크·비닐장갑을 낀 채 생활하는 등 위생수칙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했으나, 일부에선 상호명이 공개된 의료기관·상점 이용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장 조사관은 "코로나19는 치료를 잘 받으면 완치될 수 있는 질병이다. 일상에 복귀하는 완치자를 맞이하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며 "식당·지하철 등도 방역이 이뤄진 이후에는 공간 이용에 문제가 없는 만큼 거부감을 가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희 기자 haru@incheonilbo.com·사진 제공=장한아람 역학조사관